일러스트=손민균

로펌으로 이직하려던 경찰관들에게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취업 심사 승인 비율이 90%대에 달했는데, 하반기 10%대로 ‘뚝’ 떨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던 로펌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인사혁신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 소속 공직자 125명 중 54명이 로펌 이직 심사를 신청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 결과를 받은 인원은 31명이다.

경찰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직무와 관련한 민간 기업에 곧바로 취업할 수 없다. 취업을 위해서는 정부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 출신 인력의 로펌행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본격화했다. 2021년 경찰 48명이 로펌 취업 허가를 받았고, 2022년도 37명이 자리를 옮기기 위해 심사를 받았다. 과거 경찰 출신 공직자의 로펌 이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2019년과 2020년의 경우 각각 3명, 4명에 그쳤다.

일러스트=정다운

형사법 전문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대상과 권한이 확대하면서 일부 로펌들이 경찰 출신 인력 영입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로펌으로서는 경찰 간부 출신 인력들을 전면으로 내세워 사건 수임을 위한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로펌의 경찰 출신 인력 채용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로펌 이직 심사 인원 30명 가운데 28명(93.33%)이 취업 승인 또는 취업 가능 판단을 받은 것과 달리, 하반기 24명 중 심사를 통과한 인원은 3명(12.50%)에 그친다. 나머지 21명은 취업 제한 또는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일부 로펌의 경찰 채용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윤리위가 심사 문턱을 강화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YK는 국내 로펌 중 경찰 출신 인력 확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8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경찰청 퇴직 인력들이 취업 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로펌 이직을 시도한 경찰 54명 중 YK 취업을 위한 심사 인원만 44명에 달했다. 상반기에 23명, 하반기 21명이다. 상반기의 경우 2명을 제외한 21명(91.30%)이 취업 승인 또는 취업 가능 판단을 받았지만, 하반기 21명 모두 취업 제한 또는 불승인 결과를 받았다. 같은 기간 다른 로펌 취업 심사를 받은 경찰들이 취업 가능 또는 승인 결정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