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 횟집 앞 대기 줄. 식당 문을 연 지 30분 만에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연우 기자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횟집 앞에 100명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겨울철 별미인 ‘방어’를 맛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들이었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에도 제철맞이 음식을 먹기 위해 최대 6시간을 기다리는 손님도 있었다.

그런데 애가 타들어가는 건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대기자들뿐만이 아니다. 인근 거주민의 속도 타들어 간다. 음식점 앞부터 시작된 줄이 보도와 인근 주거지까지 이어져 통행에 방해가 되고, 소음에 불법주정차, 흡연까지 다양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측이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예약을 받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26일 오후 8시 반 방어 횟집 앞 골목 ‘금연 구역’에서 손님 4명이 흡연하고 있다. 바닥은 담배꽁초로 가득하다. 한 횟집 내부에는 손님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조연우 기자

이날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횟집 골목 인근에는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다. 인근 골목 곳곳에 ‘금연 구역’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금연 구역, 수시 단속 지역’, ‘도서관 및 주거지역으로 흡연 절대 금함’ 등의 안내문도 무용지물이다. 바닥에는 수십 개의 담배꽁초가 쌓였고, 식당 건너편 벽돌 사이, 쇠 파이프도 꽁초로 가득 찼다.

식당에서 약 50m 떨어진 원룸에 사는 이모(22)씨는 “손님은 물론 식당 직원도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며 “비흡연자인 동네 주민을 위해 흡연 부스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A씨도 “대기 인원이 많으면 따로 예약받으면 될 텐데 어차피 손님이 많으니 골목이랑 도로에 대기시켜 놓는 것”이라며 “동네 사는 사람들을 배려할 마음은 아예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횟집 역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내부에는 “주변 가정집 및 상가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가정집이나 상가 앞 손님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결과다. 불법으로 주차하는 이들로 인해 견인 신고 역시 여러 차례 접수됐다고 한다.

횟집 사장은 최근 한 주민으로부터 “밤낮없이 기관지가 약한 아이들까지 간접흡연을 하고 있으니, 민사소송을 걸겠다”는 전화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B씨는 “식당 근처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경우가 많아 퇴근길에 매일 30분씩 동네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며 “동네 식당 업주들에게 별도 쓰레기통을 하나 만들자고 건의해 봤지만, 치울 사람도 없는데 쓰레기만 더 늘어나게 되는 꼴이라며 반대했다”고 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떠오른 ‘핫플’들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출연한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았던 돈가스집도 연일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인근 상인과 주민 항의를 받다가 제주도로 둥지를 옮겼다. 이곳 역시 예약을 받지 않고 방문객 현장 대기만 고수하다 결국 같은 문제에 직면하자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방송에 소개되거나 SNS를 통해 알려진 맛집은 젊은 소비자층 소비 심리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대기를 감수하고서라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향후엔 기회비용을 따지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약 시스템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