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도 오르는 거 아냐?".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흡연 부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든 중년 남성들이 한숨을 쉬었다. 소주와 맥주 등 주류 가격이 오르자, 담배도 가격 인상 유탄을 맞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흡연자들은 마냥 안심할 수 없다. 담배 업계 주도의 가격 인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세금 인상은 정부가 법을 개정해 하는 것이고, 담배 가격 인상은 담배 회사가 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얘기"라며 "세금 인상은 세수로 잡히고, 담배 가격 인상은 오롯이 담배 회사 수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흔히 담배로 잘 알려진 궐련(일반 담배) 가격은 8년째 동결 중이다. 지난 2015년 한 갑당 2500원에서 2000원 오른 45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인상 폭은 대부분이 세금으로 정부가 주도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예외다. 지난 2017년 처음 출시된 이후 기기에 꽂는 스틱 가격은 4300원이었다. 이후 같은 해 말 4500원으로 오른 뒤, 지난해 말 4800원까지 올랐다. 이는 모두 담배 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주도했다. 인상 폭은 고스란히 담배 회사 수익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궐련형 전자담배는 수익성도 좋다. 일반 담배보다 세금이 적어 그만큼 담배 회사가 남길 수 있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한 갑에 4500원짜리인 일반 담배를 기준으로, 제세부담금은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 등 총 3323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90.40%인 3004원이다. 같은 담배를 팔아도 궐련형 담배는 팔면 300원가량 더 남는 장사인 셈이다. 담배 회사들이 다양한 판촉을 앞세워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판매를 늘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다년간 동결됐던 담배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담배 제조에 필요한 주요 품목 대부분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KT&G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담배 내 필터에 활용하는 필터플럭은 1000본당 국내산은 1만2322원, 수입산은 1만7702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산(9912원)은 24.31%, 수입산(1만5949원)은 10.99% 뛰었다.
담배 제조에 쓰이는 종이류와 담뱃갑 포장에 투입되는 원자재 가격 역시 모두 올랐다. 팁페이퍼는 1권당 8만1713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7만6180원)보다 7.26% 올랐다. 아이보리판지도 1㎏당 국내산은 1684원, 수입산은 2045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지난해 말과 비교해 5.58%, 13.67% 올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담배 회사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까지 국내외 담배 업체들은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앞서 2017년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인상에 대해 말을 아끼던 BAT(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 KT&G 등은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이성규 센터장은 "일반 담배는 사실상 10년째 가격이 제자리인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가격은 더 저렴해진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나 세계 각국은 금연 정책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로 낮추기 위해 담배 가격을 세계보건기구(WHO)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HO 평균은 8000원가량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별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