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서울시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해 신설·운영하려던 주거형 마약류 재활 시설 구축 계획을 전면 재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24시간 관리·감시할 수 있는 주거형 시설이 아닌, 낮에만 운영하는 '반쪽짜리' 주거형 시설 구축 방안이 유력하다. 애초 협업을 계획했던 민간 단체가 폐업 위기에 직면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현재로서 주거형 마약류 재활 시설 수요 기관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서울시는 기관 모집 공고를 강행할 계획이다. 단일 시 기준 전국서 가장 많은 마약 사범이 적발되고 있는 데다, 재범률이 50%에 달해 더는 재활시설 확충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해 재활시설을 늘려야 한다면서도 반쪽짜리 시설에 대한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 다르크(DARC). /뉴스1

◇수요 기관 없어도 주거형 마약류 재활 시설 공고 강행…"유형 변경 검토"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르면 오는 13일 주거형 마약류 재활 시설 구축을 위한 공고를 낸다. 마약류 중독으로 가정으로 돌아가기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공동생활가정 형태로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5인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올해 1개소를 구축한 뒤 내년에 추가로 1개소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시 공고는 지난 4월 마약 예방·단속·치료·재활 정책을 담은 '마약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대책 발표 이후 반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주거형 재활시설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와 재활에 효과적인 시설이라는 평가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해서는 태도와 행동, 생각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24시간 관리하는 주거형 시설은 아주 강력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요 기관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초 서울시가 협업을 계획 중이던 민간 마약중독 재활시설 '경기도 다르크(DARC)'가 폐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르크는 국내 유일의 주거형 마약중독 재활시설이다. 이 단체는 지자체에 신고 없이 정신 재활시설을 무단 운영한 혐의로 경기도 남양주시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고, 지난달 사실상 운영을 중단했다.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 다르크(DARC)에 입소한 마약 중독자. /뉴스1

서울시는 다르크의 운영 중단 소식을 접한 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부에서도 일단 공고는 내지만, 수요 기관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뾰족한 수가 없자 시설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정대로 (주거형 재활시설) 공고를 내겠지만, 수요 기관이 없을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유형을 변경해 낮시간대에만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신질환 재활 시설을 운영하는 단체들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시설 구축 조급한 서울…전국 마약류 사범 '최다', 10명 중 4명 '재범'

서울시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마약류 재활시설 구축을 추진하는 배경은 해마다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 사범은 다른 범죄와 비교해 재범률도 최대 5배 높은 편이다.

서울시 마약 사범은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급격하게 늘었다. 2020년 4015명에서 2021년 전년보다 0.72% 증가한 4044명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4640명으로, 전년보다 14.74% 뛰었다.

올 들어 7월까지 역시 306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03명)보다 17.82% 늘었다. 올해 기준 월평균 440명가량이 적발된 셈으로, 현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5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는 실제 마약 사범 검거 인원 대비 실제 총범죄자 수를 계산하는 '암수율'을 적용하면 서울 내 마약사범이 약 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 건물에서 진행된 마약중독 회복을 위한 자조모임. /연합뉴스

서울의 마약 사범은 전국 시도 가운데 최다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은 총 1만8395명이다. 이 중 인천·경기가 30.2%로 가장 많고, 서울이 25.2%로 뒤를 잇는다. 단일 시도로 따지면 서울이 가장 많은 셈이다. 올 들어 7월까지 역시 21.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천·경기는 28.9%를 차지한다.

특히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와 비교해 재범률이 높은 편이다. 집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0~50%에 달한다. 마약 사범 10명 중 5명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는 의미다. 절도와 강도, 폭력과 같은 범죄가 10~20%대를 기록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5배나 높다.

이렇듯 마약 관련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고려 중인 낮 시간대만 운영하는 재활 시설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약퇴치 전문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정재훈 전북대 약대 교수는 "재활시설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시설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없는 상태"라며 "낮에만 운영할 경우 저녁 시간대에 다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