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는 26일 12시쯤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점심시간에도 재활용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입·출차를 반복했다. 입구 오른편 야외 공간에는 스티로폼을 쏟아낸 트럭이 나가자마자, 다른 트럭이 들어와 대기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 위에 다시 스티로폼이 쏟아지자, 지게차는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본격적인 추석 연휴 시작 전인 이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 공간에는 이미 스티로폼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연휴 기간 수거하지 못한 스티로폼이 쌓이게 되면 그때부터 실어 나르는 게 큰 문제다. 자원순환센터 관계자는 "아직 적체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연휴 이후에는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 자원순환센터는 설·추석과 같은 명절 때마다 늘어나는 스티로폼으로 몸살을 앓는다. 과일이나 육류, 생선과 같은 명절 선물을 포장해 배송된 뒤 버려진 탓이다. 과일을 개별 포장하는 데 쓰인 스티로폼 받침은 재활용도 어렵다. 음식물이 묻은 스티로폼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 음식과 택배량이 늘어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제 수원시자원순환센터로 반입된 스티로폼을 포함한 재활용품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기준 4만톤 규모였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1년과 지난해 5만톤을 웃돌았다. 올 들어 7월 말 기준으로도 3만톤을 넘어섰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스티로폼은 부피가 크고 가볍다 보니 일시적으로 많이 나올 경우 산처럼 쌓여 있게 된다"며 "재활용은 파쇄한 뒤 녹이는 과정을 거치는 데 지자체별로 보유한 처리 용량이 크지 않아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스티로폼은 주로 재생원료인 잉고트, 펠릿을 거쳐 건축용 합성목재, 욕실발판과 같은 재생제품으로 생산된다. 국내서 매년 배출되는 스티로폼은 지난 2020년 기준 7만4815톤 규모다. 그러나 재활용률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과거 스티로폼 업계가 설립한 한국발포스티렌재활용협회가 관련 통계를 냈지만, 현재 협회는 자취를 감췄다.
재활용할 수 없는 스티로폼은 땅속에 묻힌다. 소각하면 미세플라스틱이나 유독가스와 같은 발암물질을 발생해 태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묻힌 스티로폼이 자연 분해되는 데는 50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해외에는 아예 스티로폼 '사용 금지'를 선언한 국가도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특정 일회용품 및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의 판매와 제조를 금지했다. 여기에는 스티로폼 음식 포장 용기 등이 포함됐다. 베트남도 2025년 이후 백화점, 마트, 호텔, 관광지에서 스티로폼 용기와 같은 생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 포장류 배포와 사용을 규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2024년까지 일회용 스티로폼 컵, 접시, 용기 등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명절 기간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스티로폼을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면서도 "스티로폼에 붙은 테이프를 떼는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스티로폼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