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탕후루 가게 옆에는 종이컵과 꼬치를 분리해서 버려 달라는 안내문이 있다. 그 옆 골목에는 먹다 버린 탕후루 나무 꼬치가 쓰레기봉투를 뚫고 나와 있다. /조연우 기자

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9번 출구 앞 골목길. 75L짜리 쓰레기봉투를 뚫고 약 30㎝ 길이의 나무 꼬챙이가 튀어나와 있다. 이른바 ‘탕후루 고슴도치’다. 탕후루를 먹은 뒤 쓰레기봉투에 여러 갈래로 꽂힌 꼬챙이가 고슴도치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중국 길거리 간식으로 잘 알려진 탕후루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지면서 환경 미화원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홍대입구 인근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정모(52)씨는 “안전 장갑을 착용해도 봉투를 뚫고 튀어나온 긴 꼬챙이에 찔려 피가 나기도 한다”며 “어묵이나 길거리 간식을 먹고 난 쓰레기가 많은 편이지만, 탕후루가 인기를 끌면서 치워야 하는 쓰레기양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누군가 먹고 버린 쓰레기가 환경미화원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된 셈이다.

환경미화원들은 하루 수백개가 넘는 쓰레기봉투를 정리한다고 한다. 정리 과정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뛰어다니며 처리하는 쓰레기봉투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환경미화원 이명진(58)씨도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는 앞이 보이지 않아서 봉투를 뚫고 나온 날카로운 막대기가 있으면 찔리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며 “한 쓰레기봉투에 많게는 30~40개가 꽂혀있는 긴 꼬챙이를 일일이 반으로 꺾어서 다시 버리고 있다”고 했다.

12일 오후 4시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골목에서 마포구 환경미화원과 가게 상인이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다./ 조연우 기자

탕후루 매장 주변 상인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대입구 탕후루 가게 인근에서 커피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탕후루 매장 앞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다들 길가에 나무 꼬치를 버리고 간다”며 “가게 앞에 꼬치가 한두 개 버려져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서 버리는 바람에 몇 시간 내로 10개 이상 쌓인다”고 토로했다.

탕후루는 과일을 꼬치에 꿴 뒤 녹인 설탕을 부어 만든다. 30도를 넘는 무더위와 설탕을 머금은 쓰레기는 벌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마포구 동교동 셰어하우스 1층에 거주하는 대학생 B씨는 “사람들이 많은 주말에는 벌레 퇴치제랑 바퀴벌레약을 뿌려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홍대입구 인근 일식집에서 일한다는 김모(23)씨는 “설탕 시럽으로 끈적끈적한 나무 꼬치를 가게 앞에 버리고 가서 3시간에 한 번씩 나와서 치우고 있다”며 “벌레가 꼬이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달부터 사장이 새로 지시한 방침”이라고 했다.

길가에 쌓인 탕후루 쓰레기.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탕후루 가게 점주들도 난감한 모양새다. 홍대입구 상권에서 상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공지문까지 내걸었지만,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한 탕후루 가게 매니저 이모(38)씨는 “손님들이 나갈 때 가게 앞 상자 안에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따로 안내도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골목에 버리는 것까지는 제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매장에는 ‘종이컵, 꼬치 따로 분리해서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자치구별로 위탁업체를 통해 환경미화원을 채용하는데, 위탁업체 환경미화원은 주 6일 근무에 일손이 모자라서 퇴근하려면 쉬지 않고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긴 나무 꼬치는 반으로 부러뜨려 버리는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