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계정으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된 게시글 갈무리. /블라인드 캡처

경찰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경찰청 계정으로 올라오는 게시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강남역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는 가짜 경찰청 계정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경찰청 계정으로 품위 손상이 우려되는 글들이 끊이질 않고 올라오고 있어서다. 현실적으로 경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는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 게재하는 무분별한 글들을 막을 방법도 없어 경찰 내부에서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한 모양새다.

11일 현재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계정으로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 외모 품평 글은 물론, 자신의 성(性) 성향을 담을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일부 게시글은 부적절한 취지로 작성돼 이용자 신고로 작성 이후 수 시간 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블라인드는 직장에서 사용하는 전자우편 주소로 본인을 인증한 뒤 가입해 활동하는 커뮤니티다. 자신의 소속 기관이나 회사명만 노출되고 익명으로 활동하는 게 특징이다. 여러 직업군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지만,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이라는 사회적 인지도를 이용하면 온라인 공간에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하지만 경찰 이름으로 올라온 무분별한 블라인드 게시글이 미칠 파장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제 경찰이 글을 작성했다면)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질병을 퍼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찰은 일상에서 작은 국가나 마찬가지인데 국가가 비행에 앞장서는 것으로 국가 전체의 신뢰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경찰청 계정으로 블라인드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부적절한 글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블라인드 자체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협조가 안 돼 계정 소유자를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서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계정 생성하는 과정. /뉴스1

블라인드에서 확인된 가짜 경찰청 계정도 경찰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최근 블라인드에서 '강남역 칼부림'을 예고한 게시글 작성자는 허위 이메일 주소로 생성한 경찰청 계정 구매자로 드러났다. 그는 30대 평범한 회사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청 계정으로 게재된 부적절한 게시글을 접한 이용자들은 "구매한 계정 아니냐", "경찰청도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추가로 가짜 계정이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블라인드에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자율적으로 정화가 되면 좋겠지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좋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외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블라인드를 지목하며 SNS 이용 시 부적절한 표현이나 사회적 논란 소지가 있는 표현 사용에 유의하라는 지시를 전국 시·도경찰청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