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해역에서 잡아 올린 오징어. /태안군

‘서해안 오징어, 강원도 사과’.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변화가 국내 농수산물 지도를 바꾸고 있다. 동해안을 대표했던 오징어는 수온 상승에 따라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있고, 경북 지역 효자 과일이었던 사과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강원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대표 특산물 지형도 변화에 지역별 희비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8일 강원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도 내에서 잡힌 오징어는 896톤으로 집계됐다. 도는 연말까지 4개월이 남았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 어획량(3528톤)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 8610톤을 기점으로, 2021년 6232톤에 이어 지난해까지 해마다 감소 폭이 커지고 있어서다.

강원도 관계자는 “과거만 해도 동해안 대표 어종이 오징어였지만, 최근 들어 어획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이제는 방어가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오징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에 따라 동해안 위주의 오징어 어장이 서해안이나 북한 해역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어류는 1~2도의 수온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5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수온은 약 1.36도 올랐다. 이는 지구 평균(0.52도)보다 약 2.5배 높은 수준이다. 해역별로 동해가 1.82도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어 서해(1.19도), 남해(1.07도) 순이다.

동해안 오징어 수확량이 떨어진 반면, 서해안 오징어는 그야말로 ‘풍년’이다. 지난해 충남 해역에서 잡힌 오징어만 3855톤에 달한다. 10년 전만 해도 700톤 규모에 그쳤지만, 대폭 늘었다. 강원도와 정반대 양상이다. 충남 서산수산업협동조합 판매사무소 관계자는 “전체 수산업 판매자 중 절반가량이 오징어를 주로 하고 있는데 물량 대부분은 서울과 대형 마트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국내 대표 과일 중 하나인 사과 재배 지역은 북상하고 있다. 주로 대구, 경북이나 전라도 지역이 주를 이뤘는데 강원도에서 사과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강원도의 사과 재배면적은 100㏊ 규모였는데, 지난 2019년 1000㏊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사과 재배면적은 1630㏊에 달한다. 이는 전국 여섯 번째 규모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사과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강원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사과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작물로 꼽히는데, 서서히 올라오며 결국 강원도까지 올라갔다”며 “사과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은 현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할 경우 2050년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70년 이후 국내 사과 재배 가능지역이 거의 남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성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현재 먹는 빨간 사과가 향후에는 초록 사과로 대체되던지 품종이 대체될 것”이라며 “농업 인구는 새로운 작물이나 품종 대체로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