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한 스크린골프장 팀을 이뤄 골프를 즐기는 모습. /골프존

국내 스크린골프장이 골프 인구 증가에 힘입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창업 비용만 최소 5억원 이상이 드는데 지난해 기준 하루 2개꼴로 새 매장이 문을 열었다. 전반적으로 골프연습장이 줄어드는 것과 정반대 추세다. 최근 3년 동안 골프연습장은 1000개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된다.

스크린골프장은 일반 골프연습장과 비교해 저렴한 이용료, 골프채나 거리 측정기와 같은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날씨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스크린골프장 가맹점을 운영하는 골프존과 카카오VX는 늘어나는 매장 수에 힘입어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다만 신규 지점도 결국 기존 매장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창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0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참관객이 스크린골프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 불황·골프장 폐업 ‘남 말’…스크린골프장은 ‘창업 중’

7일 스크린골프 브랜드 ‘프렌즈 스크린’을 운영하는 카카오 VX에 따르면 올해 가맹점 수는 3140개로, 지난해(2850개)보다 10.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에도 2021년(2590개)보다 10% 늘었는데 올해도 연말까지 지속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카카오VX를 통해 창업 문의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전망치다.

또 다른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의 가맹점인 골프존파크는 이날 기준 전국 2509개가 있다. 2021년 1768개에서 지난해(2186개) 23% 이상 늘었고,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골프존파크와 프렌즈 스크린은 국내 스크린골프 업계 점유율 1, 2위 업체다. 지난해 기준 프렌즈 스크린 매장 수는 260개, 골프존파크는 418개로 총 678개가 늘었다. 하루 약 2개 매장이 새로 생긴 셈이다.

스크린골프장 증가는 전체 골프연습장 감소와는 정반대 행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골프연습장은 8477개다. 국내 골프연습장은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증가해 2016년 1만개를 넘어서는 등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3년째 감소 추세다. 3년간 문을 닫은 연습장은 1000개 이상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국내 골프 인구들이 스크린골프장을 많이 찾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골프 활동 인구는 1176만명이다. 골프 활동 인구가 주로 이용하는 장소는 실내 스크린이 45.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실내 골프연습장(25.7%), 실외 골프연습장(15.8%), 골프장(13.1%) 등의 순이다. 실내 스크린은 지난 2007년 5.3% 비중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뉴스1

스크린골프장은 이용 비용과 시간, 예약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골프 활동 인구의 월평균 지출비용을 보면 실내 스크린은 18만9000원이다. 가장 높은 골프장(57만5000원)과는 3배가량 저렴하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골프장 이용료(그린피)가 코로나19 이후 폭등하면서 내부(스크린골프장)에서 연습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골프협회 관계자는 “스크린골프장에는 타구 분석과 같은 장비들이 잘 갖춰있지만, 일반 연습장은 그렇지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젊은층 위주로 스크린골프장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창업만 최소 5억원 이상…”가맹점 본사만 배불릴 수 있어”

스크린골프장은 업종 특성상 넓은 공간 확보가 필수다. 다른 자영업종과 비교해 창업 비용이 높은 배경이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외식업 창업 플랫폼 자료를 통해 추정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피자전문점을 비롯해, 치킨·닭강정, 카페와 같은 업종의 창업 비용은 1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의 평균 매장 면적은 스크린골프장 절반 수준인 50㎡ 규모다.

실내 골프를 즐기는 모습. /LG전자

스크린골프장 창업에는 최소 5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골프존파크 가맹점의 경우 약 330㎡(100평) 규모 내 방 5개로 구성해 개설하는 것을 기준으로 인테리어와 스크린골프 시스템에 각각 1억4000만원, 3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맹금, 간판, 골프용품 등으로도 3000만원 이상이 든다. 이는 매장 임대료나 냉난방기 설치 등은 제외한 비용이다. 카카오 VX는 골프존보다 낮은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가맹점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골프 가맹점 운영 업체들은 늘어나는 가맹점 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골프존의 올해 매출은 7140억원으로, 전년(6175억원)보다 15.6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0년 2985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해마다 성장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영업이익률도 20%를 웃돈다. 카카오 VX의 지난해 매출 1776억원으로, 전년(1157억원)보다 50% 이상 늘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스크린골프 가맹점이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가맹점은 ‘월 매출 1억원’이라는 문구를 가맹점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서울 관악구에 스크린골프 가맹점을 개장한 A씨는 “인근에 같은 가맹점 3곳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저녁 시간 부킹(예약)은 거의 만석”이라고 말했다.

경영컨설팅펌 비더시드 대표인 이정협 세종대 융합창업전공 겸임교수는 “다양한 스크린 골프 브랜드가 늘어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창업 비용이 다른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높은 만큼 입지와 상권을 충분히 분석한 후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