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33) 씨는 요즘 틈이 날 때마다 집에서 20여 분 거리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는 것이 취미가 됐다. 반가사유상을 전시한 ‘사유의 방’에서 서서 감상하다 보면 생각 정리에 큰 도움이 되어서다. 대학생 김 모(20) 씨도 최근 친구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자체 굿즈(상품)인 ‘영차’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 모형)를 생일 선물 받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토우 전시에 맞춰 나온 굿즈로, 힘을 내라는 뜻의 제스처를 취한 작은 수제 토우 인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MZ 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 놀이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1~7월) 방문객 수는 201만232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 증가했다. 반가사유상을 전시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은 지난 2021년 11월 개관 이래 방문객 수 60만명을 돌파하며 개관 이래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 테마에 맞춘 자체 굿즈(상품)도 인기를 끌며 작년 기준 매출액이 100억을 돌파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운영하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4만명을 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사유의 방' 전경./국립중앙박물관

◇ 2021년 시작한 브랜드 사업 성과...자체 굿즈도 인기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지난 2021년부터 전국 13개 소속 국립중앙박물관을 브랜드화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브랜드 사업은 일반 기업이 히트상품을 만들듯 박물관도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중장년층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 대비 방문율이 낮은 10~30대가 더 많이 찾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대표적인 히트작이 반가사유상 두 점을 독립 상설 전시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다.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한 점씩 번갈아 전시하던 것을 미디어 아티스트와 건축가 등과 처음으로 협업해 상설 공간을 소극장처럼 디자인했다.

이 같은 박물관의 변화에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주말이나 연차를 내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거나 데이트 코스로 ‘국중박의 재발견’이라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사유의 방’이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꼭 봐야 하는 전시가 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달항아리 등 기존의 다른 유물까지 재발견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뿐 아니라 전국 13개 박물관도 역사적 배경, 지역 기반의 특성을 브랜드화해 육성하고 있다. ▲경주(신라 역사 문화), ▲광주(아시아 도예 문화) ▲김해(가야 문화) ▲공주(웅진 백제) ▲부여(사비 백제) ▲진주 (임진왜란) ▲대구 (복식 문화) ▲청주(금속 문화) ▲전주(선비문화와 서예)▲나주(영산강 고대문화)▲익산(미륵사지 고대사원) ▲춘천(한국인의 이상향) 등이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박물관 자체 굿즈다. 전시 테마에 맞는 상품을 자체 제작한 굿즈는 질이 좋고 예뻐서 SNS에서 구매 인증샷이 유행할 정도로 인기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굿즈 매출액은 117억으로 전년(66억) 대비 177%가량 늘었다. 대표적으로 인기를 끈 소품은 반가사유상미니어처, 자개소반 무선충전기, 백자 주병세트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기존 박물관이 전시주제가 천펼일률적이라는 판단에 차별화와 특성화해 젊은 세대에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브랜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2023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운영모델을 구축해 어느 박물관에 가면 어떤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