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나 예일대, 옥스퍼드대 등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 학생에게서 한국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영어를 배우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링글’은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 외국인 학원 강사는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재학생이더라도,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의 학생에게 온라인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불법이었다.

2015년 12월 10일 오후 경북 포항시 이동중학교 방송실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학생이 영어로 대화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조선DB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31일 회의를 열고 외국인 학원강사가 대졸 이상의 학력 요건을 갖추도록 한 규정을 온라인 강의에 한해 내국인과 같은 수준인 ‘대학 3학년 재학 이상’ 또는 ‘전문대졸’로 개선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시행령은 외국인 강사 학력 요건을 내국인보다 엄격한 ‘대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1년 7월 외국인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학원에 취업한 외국인 원어민 강사들은 수도권을 선호해, 지방 학원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원어민 강사에게 회화 교습을 받을 수 있으나, ‘대졸 이상’이라는 학력 요건 때문에 외국 명문대 재학생이 강사로 활동할 수 없어 학습 기회를 놓치는 측면도 있다.

규제심판부는 “세계 유수 대학의 재학생을 강사로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외국어 교육시장에서 대학생들이 강사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미국과 일본의 외국 온라인 교육업체들은 현지 대학생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어 강의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업체를 역차별하는 규제라는 문제도 있다.

이에 규제심판부는 현행 대졸 이상의 학력 요건인 내국인 수준인 대학 3학년 이상(전문대졸 포함)으로 개선하되, ‘온라인 강의’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강의는 학생과 직접 접촉이 없고, 회사가 강의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부적절한 언행이나 접촉을 하는 강사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부적격 강사가 채용되는 일이 없도록 학원들이 ▲건강진단서 ▲범죄경력조회서 ▲재학증명서를 확인하도록 했다. 마약·금지약물 복용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또 규제심판부는 현지에서 강의하려는 원어민 강사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려 반드시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불합리한 규정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규제심판부 권고를 수용해 학원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조속히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규제심판부는 “학생·학부모 선택권이 확대되고, 특히 지방학생의 원어민 강의 수강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교육 관련 스타트업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