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이 발행한 이른바 김치코인 중 가격이 급등락한 종목을 중심으로 시세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시세조종이 예정된 코인을 상장하는 대가로 30억원을 주고 받은 거래소 전직 임직원과 상장 브로커 4명이 구속됐다.

1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산자산 비리수사팀은 지난 1월부터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의 상장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한 결과 상장 브로커 2명과 이들에게 금품을 받고 코인을 상장시켜 준 코인원 전직 임직원 2명을 구속 했다고 밝혔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이 되는 P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코인원 거래소 직원 B씨가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B씨는 코인원 상장 담당으로 일하던 당시 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브로커에게서 약 10억원 상당의 현금과 코인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 뉴스1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로 재직했던 A씨는 국내 발행사가 만든 코인이 시세조종이 예정된 걸 알고도 상장 브로커 고씨와 황씨에게 약 20억원을 수수하고 상장시켜 배임수증재와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다. 같은 회사 상장팀장이었던 B씨는 2년5개월 간 10억4000만원을 받아 한남동 빌라 구매 등에 사용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거래소 임직원과 상장브로커 간 상장을 대가로 수십억원대의 돈이 오간 사실 뿐 아니라 발행 단계에서부터 브로커가 개입해 시세조종을 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코인시장의 구조적 병폐가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코인시장 병폐 구조도. / 남부지검 제공

시세조종은 코인 발행사가 마케팅업체와 상장브로커를 통해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시킨 뒤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MM) 작업을 통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고점에서 매도하는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M은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리거나 인위적으로 코인 가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 다단계업자와 상장브로커, MM 전문 업체들이 개입해 이익을 공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다단계업자는 발행사 의뢰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브로커는 상장 청탁을 하거나 시세 부양을 위한 MM업체와의 계약을 알선했다.

MM 전문 업체들은 상장 직후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량과 시세관리를 담당하고 재단이 보유한 물량을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대신 매각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아예 MM작업을 내세워 투자자들의 매수 참여를 유인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이 납치, 살해된 사건의 배경이 된 가상화폐 퓨리에버 코인의 경우에도 상장 직후 MM을 통한 펌프 앤 덤프 행위로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코인업계 관계자자들은 시장에 MM작업이 만연해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외부 유입을 차단하거나 유통물량을 통제한 채 이뤄지는 일명 가두리 시세 조종의 경우 단기간 내 수십배까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인 다단계업체나 코인 리딩방에서 ‘거래소 내부자와 합의가 됐다’, ‘상장 약속을 받았다’는 식으로 코인 투자(매수)를 유인하는 사례가 빈발하는데 대부분 상장 브로커를 통한 로비를 가리키는 것으로 상장이 이뤄지더라도 유의종목 지정, 상장 폐지에 이르러 코인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