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드라인에서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알비올 안드레스씨.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처

시민들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지는 지하철 기관사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난관을 뚫고 김포골드라인의 기관사가 된 한 외국인이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알비올 안드레스(37)씨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0일 유튜브를 통해 국내 유일의 외국인 기관사인 안드레스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올해로 한국생활 13년차를 맞는 안드레스씨는 2010년 관광을 위해 찾은 한국의 매력에 빠져 정착을 결심했다. 1월 문화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한국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유학을 준비했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업계 대기업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기관사를 꿈꿔왔던 그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철도 관련 업무에 종사했고, 머나먼 이국땅인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더라도 기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안드레스씨는 “한국에서도 철도 관련 일을 하면 기회가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관사 수업을 듣기 위해 대학에 찾아간 그는 교수들로부터 “외국인은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기관사가 되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정확한 절차를 다시 확인해, 영주권자는 입교 시험을 보고 한국인과 같은 과정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냈다.

이후 광주광역시의 송원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김포골드라인 기관사로 입사할 수 있었다. 기관사가 된 안드레스씨는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알비올 안드레스씨는 "개인 시간을 투자해 열차 고장에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처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운행 중인 열차에 장애가 나타났을 때 응급조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동영상으로 제작해 동료들과 공유하고 있다. 직원 연구 발전회에서는 열차의 구조와 특성을 연구하는 일에도 열중하고 있다.

안드레스씨는 “개통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고장들이 하나하나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시험 열차에서 같은 고장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만들고, 조치하는 방법을 찾고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근무 외 시간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은 업무 성과로도 이어졌고, 지난해 9월에는 사장 명의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안드레스씨는 “외국인을 처음으로 채용하며 회사가 했을 걱정과 고민을 이해한다”며 외국인이 아닌 동료로서 자신을 받아 준 회사와 시민들에 대한 감사도 표현했다. 무인으로 운행하는 김포골드라인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관사가 승객들과 동승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 처음에는 외국인 관광객인지, 직원인지 햇갈렸던 승객들도 이제는 안드레스씨를 알아 볼 정도다.

안드레스씨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국인도 어려운 철도안전법과 운전 이론을 통과했다니 대단하다” “도전 정신이 정말 멋지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