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뜻하는 자조적 표현)라는 말도 있는데, 인문계 출신이 어떤 준비를 해야 취업에 도움이 될지 기업 채용 담당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인턴과 같은 직무 관련 일 경험을 쌓아라”였다.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대자동차 채용설명회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여론조사업체 글로벌알앤씨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23일까지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중 250개 기업과 508개 중견기업의 채용담당자 758명을 대상으로 ‘문과 전공’ ‘코로나 학번’ ‘중고 신입’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용부는 경영·경제 전공을 제외한 어학·문학·사학·철학 등 인문계열과 사회학·정치학·법학 등 사회계열 학과를 ‘문과’라고 규정하고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문과 전공자가 합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9.1%는 ‘인턴 등 직무경험’을 꼽았다.

이어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59.8%, ‘회사 관심도·기업분석’ 18.3%, ‘직무 관련 복수·부전공 이수’ 13.9%, ‘어학능력 향상’ 5.0%, ‘전공 이해도 및 학점’ 4.1%, ‘다양한 대외활동’ 2.5% 순이었다.

문과 전공자를 채용할 때 선호하는 일 경험(복수 응답)은 ‘채용 직무와 관련 있는 일 경험’이 89.1%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이어 ‘공공·대기업 일 경험’ 24.5%, ‘비교적 짧지 않은 기간의 일 경험’ 17.3%, ‘중소기업 일 경험’ 7.3% 등으로 집계됐다. ‘직무 관련 자격증 보유가 채용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82.6%였다.

‘문과 전공자의 학점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복수응답)을 물은 결과, ‘기준 학점 이상이면 영향 없다’는 응답이 47.6%로 가장 많았다.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27.8%였고, ‘지원자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26.5%로 나타났다. ‘채용에 아무 영향 없다’도 11.3%나 됐다.

문과 전공자들은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복수·부전공은 영향이 없거나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응답이 57.3%로 가장 많았다. ‘다소 긍정적’은 34.3%였고, ‘매우 긍정적’은 8.3%로 집계됐다.

문과 전공자를 채용할 때 기대하는 능력으로는 ‘커뮤니케이션’ 31.8%, ‘조직 적응’ 22.3%, ‘보고서 작성’ 16.0%, ‘프로젝트 기획’ 15.8%, ‘외국어’ 5.7% 등으로 나타났다.

채용 담당자들이 ‘문과생 취직 역량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직무 관련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 70.6%이었다. 이어 ‘산업 수요가 있는 분야에 대한 직업훈련’ 31.1%, ‘전공별 직업 경로 등 정보 제공’ 22.3%, ‘저학년부터 진로지도·역량강화 프로그램’ 20.3% 순이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문과생을 비롯해 청년들이 취업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서 벗어나 직무 경험 쌓기에 초점을 두고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강의를 주로 수강한 ‘코로나 학번’인 것이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채용 담당자 92.4%는 ‘영향이 없거나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변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채용 담당자들은 ‘사회적 활동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거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동일한 직무나 같은 업계에서 3년 미만으로 근무하다가 다른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하는 ‘중고 신입’에 대한 인식도 물었다. 먼저 응답한 기업(758개) 중 520곳(68.6%)가 지원자가 중고신입인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다.

중고 신입 여부가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물은 결과, ‘채용에 영향이 없거나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응답(51.3%)과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45.6%)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정적 영향’ 응답은 3.1%에 그쳤다. 고용부는 “중고신입이 즉시 업무에 투입되어 성과를 도출할 수 있고, 적응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신입이어서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우려하는 취업 준비생을 위해 채용 담당자들은 ‘이전 회사와 지원하려는 회사와의 업무 연관성 설명’(39.4%)과 ‘납득할 수 있는 퇴사 사유에 대한 정리’(25%), ‘쉽게 이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 표명’(20.8%), ‘이전 회사를 통해 비운 점 정리’(14.8%) 등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기업들은 지원자의 전공보다는 직무 관련 경험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와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청년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지원하고, 청년이 원하는 일경험 기회를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