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도 줄고, 공공요금은 오르고… 올해는 정말 추운 겨울이네요.”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서 노숙인들과 취약계층을 상대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밥퍼’는 최근 날아온 가스비·전기세 고지서를 보고 시름이 깊어졌다.

매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만큼 취약 계층에는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인 무료급식소지만, 최근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역 인근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채민석 기자

35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밥퍼’의 최홍 사무총장은 “하루에 500~600명의 인원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까지 동대문구에 속한 인원에 대한 급식비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는 끊긴 상태라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밥퍼’ 측에 따르면 동대문구청은 직접배식 방식을 도시락 배달 형식의 간접배식 방식으로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밥퍼’ 측이 이를 거절하자 지원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이 밥퍼를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최근 날아온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고지서는 무료급식소의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매일 음식을 대량 조리해야 하는 무료급식소의 특성상 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타격은 크다.

최 사무총장은 “전체적으로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20~30%정도 늘었다”며 “다음 분기부터 가스비용이 또 오른다고 들어서 더욱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올랐다. 주택 및 산업용 기준(도시가스)으로는 메가줄(MJ·에너지의 국제 단위)당 5.47원이 인상됐다. 열요금(지역난방)은 지난해 4월 66.98원이었지만, 지난해 10월에는 89.88원까지 올랐다. 지난 1년 간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각각 38.4%, 37.8% 오른 것이다.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요금은 단계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인상액은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이며, 최소 8.4원에서 최대 10.4원 인상될 예정이다. 한전의 적자가 22조원에 육박하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늘어나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스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전기요금도 오름세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인상된다. 지난해 인상분은 kWh당 19.3원이었다.

무료급식소는 재룟값 인상으로 이미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로, 지난 2021년(2.5%)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30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토마스의 집’ 관계자는 “경제 사정이 안좋다보니 100% 후원으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까지 떡을 직접 구매해서 떡국을 제공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후원이 줄어 두 번을 추가 구매해 음식을 대접했다”며 “후원이 최소 30%가량 줄어들어 메뉴에서 일부 품목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료급식소 현황을 정리한 뒤, 정부 차원에서 공공요금 세금 감면 혜택 대상을 선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간 무료급식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단체들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