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의 팬 김모(32)씨는 지난 10~11일 개최된 콘서트에 가기 위해 온라인 중고거래를 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공식 판매처를 통한 예매에 실패한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원래 가격 대비 약 2.5배 높은 40만원에 구매하기로 했으나 판매자는 티켓 발송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고, 급기야 '티켓을 잃어버렸다'며 환불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전히 환불을 받지 못한 상황이고, 판매자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 김씨는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함께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기범을 언제쯤 잡을 수 있을지, 사기 당한 금액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성시경 연말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는 30대 정 모씨는 "예약금을 지불하고 직거래 때 잔금을 주면 된다길래 믿고 있었는데 당일 잠적을 했다"며 "피해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데이트 계획이 망가진 것이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올해 성시경, 임영웅, 나훈아, 싸이 등 인기 가수들의 연말 콘서트를 관람하려는 사람이 몰리자 티켓을 구하지 못 한 사람들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주고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돈만 받고 잠적하는 형태의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김씨나 정씨처럼 티켓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입금을 먼저 하고 티켓 관련 이미지까지 받았는데 판매 게시글이 모두 지워졌고, 연락도 끊겼다", "알고보니 발송 수령지 이미지도 조작된 것이었다", "경찰서에 신고해도 처리가 늦는다"고 말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 방지 플랫폼인 '더치트'의 피해사례 통계에 따르면 '콘서트 티켓' 키워드로 검색된 피해 건수는 지난 2020년에 647건(피해액 1억9000여만원), 2021년에 363건(피해액 1억여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12월 현재까지 2446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피해액은 9억5000여만원으로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1427건, 3억6000여만원)과 비교해서도 많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 7일 대구지법 형사5단독은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며 44차례에 걸쳐 총 1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2)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을 보내줄 의사가 없이 돈만 가로채는 사람들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예약 인증 사진이나 티켓 사진을 캡처해 포토샵으로 예약자명 등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기도 한다. 택배나 예약확정 문자 등도 조작해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후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나훈아나 임영웅 등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콘서트 티켓의 경우에는 피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중장년층은 중고 사기에 관한 정보가 비교적 부족하고, 사기 전력을 조회하는 방법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쉽게 사기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 온라인으로 암표를 거래하는 행위는 처벌 근거가 없어 피해 보상도 힘들다. 암표매매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공연장 등 해당 '장소'에서 암표거래를 하는 행위만 불법에 해당한다. 온라인 등 가상의 장소에서의 거래는 해당 법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공연법에도 암표 관련 처벌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 이에 지난 9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암표 등 부정 판매 금지 규정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공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콘서트 티켓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형태로 판매되지만,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콘서트 티켓은 C2C(소비자 간 거래) 형태라 피해 보상이나 구제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며 "현행 처벌 규정은 선언적으로만 만들어두고 실효성은 없기 때문에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구제도 어렵고, 사기꾼을 잡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암표를 구매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명확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플랫폼이 나서서 사기 피해 사례를 고객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피해 구제에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