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이에요. 꼴도 보기 싫어서 지워버린 게."
30대 직장인 전모씨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운 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이전까지 전씨는 머지않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틈틈이 주식 앱을 확인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자 바로 주식 앱을 삭제했다. 당시 전씨가 투자한 주식의 전체 수익률은 -30% 정도였다.
최근 주식 거래 앱과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하락장에 수익률마저 곤두박질치자 앱 자체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용자들은 언젠가를 기약하며 잠시 투자를 멈추는가 하면, '탈(脫)주식'을 선언하며 증시를 등지기도 한다.
매달 월급의 10%를 주식에 투자하던 직장인 민모(29)씨는 일주일 전 이용하던 주식 앱 두 개를 삭제했다. 민씨는 "안전한 투자를 선호해 '국민주' '대장주'라 불리는 종목 위주로 들어갔는데도 27~28% 손실을 입었다"며 "정신건강을 위해 일단 앱을 지웠다"고 말했다. 민씨는 "보지 않고 있다가 증시가 다시 괜찮아진다는 소식이 들리면 앱을 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 시간은 급격히 감소했다. 17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9월 사용자 수 상위 5개 MTS(키움·KB·미래에셋·삼성·나무증권) 사용 시간은 약 18억9000분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약 35억9000분) 대비 47%, 지난해 9월(약 31억2000분) 대비 39.4%나 사용 시간이 줄었다.
증시를 떠나는 사람이 늘자 이용자 수 역시 감소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사용자 수 상위 5개 MTS 이용자 수는 총 1165만272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341만2765명)에 비해 이용자 수가 176만명 넘게 감소했다.
주식 앱을 지웠지만 하락장에 시달린 투자자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지난 7월 주식 앱을 삭제한 직장인 김모(27)씨는 "장이 시퍼래질수록 삶이 차트에 얽매이는 기분이 들어 주식 앱을 과감히 삭제했다. 하지만 매 순간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 매일이 무기력하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계속된 상실감에 지난달에는 정신과에 가서 항우울제 처방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전셋집 마련을 위해 모아둔 목돈을 과감히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 직장인 성모(31)씨는 "보름 전 삼성전자 주식 수익률이 -20%를 기록한 것을 보고 주식 앱을 지웠다"며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농담이 있는 만큼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전셋집 이사 계획을 비롯해 모든 계획들이 틀어진 것 같아 하루하루 무기력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주식 실패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주식으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불안 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며 "과도한 폭락이 주는 심리적 충격과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앱을 지웠다는 환자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주식으로 인한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당분간 주식을 멀리하며 뇌에 부정적 자극을 줄여야 한다"며 "조깅이나 스트레칭, 운동 등을 통해 몸을 움직이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며 뇌를 쉬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