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 주택에서 80대 노인이 고독사한 채 발견됐다. 고인은 배우자를 여의고 혼자 지내던 독거노인이었다. 평소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집에 누가 찾아와도 듣질 못했고, 전화가 오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가족, 지인들과의 교류가 끊긴 채 생활했던 고인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문 앞에는 주민센터에서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준 “삼계탕 드시고 더욱 힘내셔서 더위 이겨내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힌 삼계탕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80대 노인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한 주택에서 고독사한 80대 남성 집 앞에 있던 삼계탕. /독자 제공

전체 인구에서 독거노인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 연령층에서 고독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이 문을 닫고, 사회복지사와의 대면 접촉이 줄면서 고독사 예방 관리에 어려움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비즈는 80대 남성이 고독사한 지 1년이 지난 이달 3일 같은 동네를 다시 찾았다. 80대 노인이 세상을 떠났던 주택에는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었다. 주택가는 1년 전에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를 만큼 조용했다. 이곳 주민들도 “80대 어르신이 고독사한 지 몰랐다”고 할 만큼 이미 잊혀진 사건이 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도 같은 동네에서 90대 남성이 고독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방화동 인근의 한 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지난주에도 90대 남성이 같은 동네에서 고독사한 채 발견됐다”며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녀분들이 살고 있지만, 경찰이 수사해본 결과 굶어서 돌아가셨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90대 노인이 고독사한 주택은 80대 남성이 고독사한 곳에서 불과 200미터(m) 떨어져 있었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는 매년 증가하면서, 노인 고독사 위험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33.4%로, 전년(31.7%)보다 1.4%P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은 182만4000명으로 불과 1년 만에 10%나 늘었다.

사회복지사들은 독거노인은 늘어나고 있지만, 감염병이 돌면서 고독사 예방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독거노인 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해 ‘복지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회복지사 윤모(47)씨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노인들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그나마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경로당인데, 코로나19로 문을 닫아 다들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시스템만으로 노인 고독사를 예방하기 어려운 만큼, 의료·행정시스템 등 지역사회시스템이 전반적으로 통합된 돌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이 총체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이 돌보거나 사회복지서비스를 거부한 노인들의 고독사 위험까지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들이 발굴하기 어렵다”면서 “노인들의 질병을 관리하는 의사나 약사, 동 단위 지역을 관리하는 통·반장, 더 세세하게는 집주인들까지 고독사 관리에 연계해 활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