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직장인 김모(40)씨는 이유식과 유아식이 진열된 코너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 상품 저 상품을 다 들춰봤지만 고르기가 어려웠다. 올해 들어 식자재값 인상에 따라 이유식 가격도 인상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이유식을 만들 시간이 없어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곤 했는데, 최근 들어 가격이 많이 올라서 만들어 먹여야 하나 고민 하고 있다”고 했다.

28일 오후 8시 30분쯤, 영등포 한 대형마트 이유식 코너의 모습./김민소 기자

이유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롯데푸드는 이달 초부터 이유식 ‘아이생각’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고 밝힌 바있다. 다른 중소 이유식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한 이유식 업체도 지난 4월부터 가격을 이유식 한 병당 300~600원가량씩 인상했다.

배달 서비스를 하는 이유식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중소 이유식 업체들은 지역별로 거점을 두고 배달 서비스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유식 배달 서비스를 하는 A업체는 지난 2월 이유식 가격을 병당 300원씩 올렸다. 경기도 광명시 일대에서 이유식 배달 서비스를 하는 B업체와 시흥시에서 서비스를 하는 C업체도 이달 초 병당 가격을 각각 500원씩 인상한 상황이다.

식자재값이 고공행진하자 이유식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초 통계청에서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상승했다. 이유식은 농산물·축산물·수산물이 골고루 들어가 식자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인데, 식품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자 이유식 값도 덩달아 인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축산물(소·돼지·닭고기) 물가 상승이다. 축산물 물가는 지난해 5월에 비해 12.1% 올랐다. 특히 많이 오른 축산물은 수입쇠고기와 돼지고기로 각각 27.9%, 20.7% 상승했다. 일부 채소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배추와 감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 32.1% 상승했다.

가격 부담이 높아지다보니 바쁜 와중에도 이유식을 직접 제조하는 직장인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6)씨는 지난달부터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 이씨는 “지금은 초기 이유식 단계라 시판용이랑 가격 차이가 크진 않아, 시판용 이유식을 먹였다”며 “근래에 이유식 값도 올랐고, 특히 중·후기 이유식은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30~50% 정도 비용 차이가 나 가능한 만들어 먹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출근 전에 피곤하지만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시간을 내서 최대한 만들고 가려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29)씨도 이유식과 농축산물을 함께 구매했다. 정씨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게 경제적이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최근 이유식 가격이 병당 500원 정도씩 올라서 직접 제조한 이유식과 시판용 이유식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근처에 사는 친언니도 직장에 다니는데 아기가 있어서 번갈아 이유식을 만들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7)씨는 이유식을 직접 만들면서 관련 비용이 절반이나 절약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아이가 중기 이유식 단계인데 시판용을 사서 먹일 때 20만원이 넘게 들었다면, 현재는 만들어서 먹여 조리도구 포함 12만원 정도가 나온다”며 “농산물 가격이 올라서 재료 자체가 비싸진 것은 맞지만 인건비나 포장비 배송비 등이 모두 빠지다 보니 직접 만들어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