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경찰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 심리 상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전용 심리 상담 센터인 ‘경찰마음동행센터’의 이용자 수는 지난 2017~2021년 사이 7400명 가까이 증가했으나 상담 인력은 2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장에서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도 제때 상담을 받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경찰관들이 나온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연합뉴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7년 6개소에서 현재 18개소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상담 인력은 6명에서 26명까지 늘었다. 상담 인력은 각 지방청과 경찰병원 등에 1~2명씩 배치돼 있다. 경찰마음동행센터는 직무 특성상 살인, 성폭력, 교통사고 등의 사건·사고를 수시로 목격하고 관여하면서 트라우마 등의 정신적 손상 위험이 높은 경찰관들을 위한 전용 상담 기관이다. 도움이 필요한 경찰관들은 센터의 대표 연락처를 통해 약속을 잡고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상담 인력이 4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충분한 상담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상담 인력이 늘어난 것보다 상담이 필요한 일선 경찰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과 PTSD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찰청·지방경찰청 소속 직원의 수는 지난 2016년 801명에서 2020년 1161명까지 360명(44.9%)이 늘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찰관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 수는 지난 2017년 22명에서 마지막으로 집계 완료된 2020년도에는 24명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24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센터 이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한 경찰관 수는 지난 2017년 2511명에서 지난해엔 9940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상담사가 21명이었기 때문에 상담사 1명이 약 470여명의 경찰을 상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선 경찰관들도 상담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지역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한강을 관할 구역으로 끼고 있는 지구대나 파출소는 한강경찰대와 함께 변사체를 수습해야 할 때가 있다”며 “이같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계속 노출돼 힘들어하는 동료 경찰관들을 자주 봤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도 심리 상담은 바쁜 업무와 상담원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6개월에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상황이다. 경찰 심리 상담 시스템을 조금 더 체계화하고 상담 빈도를 늘려줬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도 경찰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학과와의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상담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경찰의 경우엔 공권력으로 할 수 있는 조치의 폭이 좁아 주취자 등에게 폭행당하는 등 여러 위험에 노출돼있다”며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직업인 만큼 경찰을 위한 심리 상담 인력을 충분히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경찰청과 관련 학과가 함께 연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심리 상담사가 되기 위해 인턴십 기간이 필요한 관련 학과 학생에게는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경찰에게는 상담을 통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