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과 부업으로 사업을 병행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추가 소득을 얻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데다 자신만의 영업활동을 통해 자기 계발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직장인이 사업을 영위하며 고물가 시대에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직장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잡 창업자’가 나오는 이유로 꼽았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IT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신모(30)씨는 퇴근 이후에 동대문으로 향하는 게 일상이 됐다. 자신의 온라인 몰에서 판매할 의류를 구하기 위해서다. 신씨는 집에 돌아와서도 주문을 확인하고 상품을 택배 포장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씨가 캐주얼 의류 쇼핑몰을 연 건 2020년 9월이다. 그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불안해 했다. 또 임신과 육아로 인해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을 때도 수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쇼핑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신씨는 “직장 생활과는 달리 부업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수입을 늘릴 수가 있어 성취감이 든다”며 “향후 여건이 되면 본업으로 해 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업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하는 직장인도 있다. 식품업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권모(30)씨는 일주일에 두 번은 자신이 운영하는 펍으로 향한다. 권씨는 지난 2020년 친구 1명과 함께 펍을 차렸다. 평소 외식업에 관심있었는데, 맥주 산업 쪽이 유망할 것이라 생각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권씨는 펍에서 제품기획, 광고 제작 등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는 매장의 수입 규모가 커져 직원도 별도로 두고 있는 상태다. 권씨는 “직장에서는 내가 생각한 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펍에서는 내 뜻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다”며 “사업을 더 확장해서 양조 시설까지 갖춘 펍을 차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해 5월 직장인과 대학생 9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82.1%가 향후 창업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창업을 하고 싶은 이유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50.8%)’ 항목을 가장 많이 골랐고 ‘평소 하고 싶던 일을 하며 만족을 찾기 위해(49%)’ 항목을 다음으로 많이 꼽았다.

각종 창업 커뮤니티에서도 직장인 취업 관련 내용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이 ‘현재 직장을 다니는 중인데 수입 잡화 구매대행 사업을 병행해보고 싶다’며 조언을 부탁하자 “정확히 어떤 상품을 판매할 건지와 상호를 가장 먼저 정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우선 솔루션을 받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직장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가 쉽지는 않다”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이 사업을 병행하는 이유를 악화된 경제 상황과 직장인들의 자기 계발 욕구에서 찾았다. 고물가 시대에서 직장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진 상황과 능동적인 사업 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직장인의 의지가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고 물가도 오르는 가운데 노동 소득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라며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추가 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을 통해 수입도 늘리고 자신의 새로운 장점까지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병행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나오는 소득만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사업 병행의 주요한 이유”라며 “ 자신의 능력이 직업 활동을 통해 잘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족도 사업이라는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