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화장장 예약 시스템 ‘E하늘장사 정보’에 따르면 17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과 경기 지역 화장터 6곳은 오는 20일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부산·인천·대구 등 일부 대도시에 위치한 화장장들도 모두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서 화장장 예약에 애를 먹는 유족들이 많아지고 있다. 환절기에 기저 질환 등으로 숨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가 늘어난 탓이다. 서울의 경우 장례를 진행하고 있는 유족 중 정상적으로 3일 차에 발인을 하고 화장을 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에 운구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이달 11일 모친을 여읜 정모(50)씨는 화장장를 예약하지 못해 고인을 안치실에 6일 동안 모시고 나서야 화장장을 찾을 수 있었다. 운구 차량이 길게 줄 서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만난 정씨는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보니 화장장 예약이 모두 꽉 차 있었다”며 “코로나로 사망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알지만 장례를 치르면서 고인을 안치실에 오랫동안 모시게 돼 심적으로 괴로웠다”고 하소연했다.

화장장에서 만난 또 다른 유족 A(43)씨도 빈소를 정리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발인을 할 수 있었다. A씨는 “지금 화장장에 있는 유족 대부분이 며칠씩 화장을 기다리다가 왔을 것”이라며 “빈소가 아닌 집에 있다가 다시 화장하러 오게 됐다”고 말했다.

17일 조선비즈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시도별 3일 차 화장률 및 화장 수용능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전국 3일 차 화장률은 38.7%로 전월(77.9%)보다 39.2%P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3일 차 화장률은 5.4%로 정상적인 장례 절차를 거치는 유족이 10명 중 1명꼴도 안 된다.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도 발인일이 미정이거나 3일을 훌쩍 넘겨 발인하는 빈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 안치실은 화장장을 찾지 못해 갈 곳을 잃은 고인들의 시신들로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 적체 현상이 심해진 탓에 빈소마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화장터를 찾지 못해 유족들이 기본적으로 5~6일장을 하고 있다”며 “화장로도 한계가 있어 수용능력을 갑자기 올리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한동안 이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장례대란’으로 유족들의 고통이 심해지자, 정부는 전국 화장로 315기를 대상으로 집중 운영기간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공설 화장시설의 화장로 1기당 하루 가동 횟수를 5~7회까지 늘려 하루 1044명 수준인 화장 가능 인원을 158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화장로 증설이 아닌 단순 가동 횟수 증가이고, 이미 안치실 내 적체 현상이 심각해진 탓에 이른바 ‘장례대란’이 정상화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화장로를 일시에 증설하는 것은 쉽지 않아 현재 가지고 있는 화장로를 최대한 활용해 가동률을 높일 계획”이라면서 “이미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하루 5회 이상으로 가동하고 있는데도 계속 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일단 적체된 화장 건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