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2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000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정부의 방역대책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바이러스 확산을 이 정도에서 막을 수 있었던 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맡은 일을 해내고, 희생을 감수하면서 방역조치를 따른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조선비즈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한 이들을 인터뷰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인 이들이야 말로 코로나 시대의 숨은 영웅이다. [편집자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가 236개 병원에서 3만8001명의 확진자에게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먹는 치료제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렉키로나주는 확진자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렉키로나주의 활약이 더 뜻 깊은 건 화이자나 머크앤드컴퍼니 같은 글로벌 제약사가 아닌 한국 바이오 기업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렉키로나주는 셀트리온(068270)이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다.

렉키로나주 개발에 참여한 김종인 셀트리온 비임상연구팀장은 치료제 개발에 나선 지난 1년 간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보통 몇 년은 걸릴 항체치료제 개발을 1년 안에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쉬는 날에도 일 생각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김종인 셀트리온 비임상연구팀장이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김 팀장은 연구진이 힘든 과정에도 포기하지 않고 치료제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코로나라는 ‘짐’을 얼른 벗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이 끝나면 아이들과 뛰어놀던 일상부터 되찾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 어린 데도 집 밖에 나갈 때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움이 크다”며 “아이들의 예쁜 미소가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김 팀장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셀트리온 비임상연구팀장이다. 비임상연구팀이라는 말이 생소한데 어떤 일을 하나.

“비임상은 임상시험에 진입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 등을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는 업무다. 제품의 유효성 평가나 독성 평가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의약품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비임상뿐 아니라 모든 연구원이 빼곡한 일정으로 하루를 관리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오늘 수행할 실험 계획을 점검하고 실험 진행 후 결과를 정리·분석해 내일 있을 실험을 계획하는 순서로 일상을 반복한다. 코로나19 치료제 연구 개발을 시작한 이후에는 훨씬 높은 강도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실험을 수행하면서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일상이 됐다.”

-처음 셀트리온에서 코로나19를 인지한 건 언제였나.

“코로나19가 처음 우한 폐렴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때엔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에이즈, 사스, 메르스, 독감 바이러스 등의 감염질환을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해 온 경험이 있어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비교적 빨리 내렸던 것 같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전파되는 걸 보고 셀트리온은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후 비임상 뿐만 아니라 제품 승인까지 전체 개발과정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렉키로나주 개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독감 항체 치료제(CT-P27) 및 메르스 항체치료제(CT-P38)를 개발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했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국내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뒤 혈액에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담긴 비셀(B-Cell)을 확보하고, 바이러스를 중화시킬 수 있는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그 중 가장 강력한 중화능을 가진 항체를 선별했다. 이후 선별된 항체를 이용해 생체 내 유효성 확인 및 안전성을 검증한 뒤, 임상 1·2·3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렉키로나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항체치료제 신약 개발에는 통상 수년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임상시험 허가, 제품 승인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시험들을 차례차례 순서에 맞게 수행해 왔다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여러 시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자정이나 주말에 출근해서 시험할 때도 많았다. 해외 규제기관에 대응하기 위해서 명절에도 모두 나와 근무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불평 없이 각자 역할을 잘 해준 동료들이 고맙다.”

김종인 셀트리온 비임상연구팀장. /셀트리온 제공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코로나19는 처음 경험하는 감염 질환이었고, 끊임없이 출현하는 변이가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 만들었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치료제 효능을 검증해야 했고, 시험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확보할 때까지 긴장의 순간이었다.”

-작년 2월 식약처로부터 렉키로나주 조건부 품목허가를 얻었다.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냈는데 어떤 기분이었나.

“식약처가 개최하는 최종점검위원회가 이미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그날 결론이 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해 1월 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조건부 허가 권고를 받았기 때문에 내심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최종 결론이 나는 날이 금요일이었고 다들 늦은 퇴근을 피하려 열심히 업무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도 굉장히 평범했다. 좋아서 소리를 지르거나 눈에 띄게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가 ‘기뻐할 힘도 없는 게 아니냐’는 농담을 한 게 기억난다. 그래도 다들 마스크 속에서 미소를 띠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팬데믹이 끝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

“긴 휴가를 쓰면서 가족과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들도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동료들과 소소한 회식 자리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마스크 없이 밖에서 아이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일상을 가지면 좋겠다. 아직 어린 데도 집 밖에 나갈 때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움이 크다. 아이들의 예쁜 미소가 마스크에 가려진다는 게 참 아쉽다. 아이와 마스크 없이 신나게 뛰어 노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코로나19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남긴 흔적이 있다면 무엇일까.

“코로나19를 통해 대한민국의 높은 보건 수준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전 세계에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향후 다른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정도로 국가적인 플랫폼이 형성됐다.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협동하는 모범사례는 제약·바이오 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 식약처와 질병관리청 등 정부기관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코로나’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코로나란 ‘짐’ 이다. 얼른 버려야 하는 그런 짐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지금껏 살아오며 이러한 역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2년 동안이나 마스크를 쓰고 살았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기회만 된다면 얼른 벗고 싶다. 학생들은 원격 수업으로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고, 같이 떠들고 밥 먹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소중한 학창시절이 사라졌다. 서로가 마스크 낀 얼굴로만 기억되지는 않을지 안타까울 뿐이다.

방역, 의료계 종사자 및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코로나19 속에서 사회가 힘겹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소중한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이 있고, 전 세계 사망자수는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 라는 ‘짐’을 얼른 버려야지만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2년이라는 시간이 3년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