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이 교실에서 밥 먹는 걸 꺼리고 있어 아예 굶는 학생들이 3분의 1은 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인천 부평구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A씨는 전면 등교가 시작된 이후 생각하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밥 먹는 걸 꺼려하면서 아예 식사를 하지 않는 학생이 늘어난 탓이다. 무슨 이유인지 묻자 A씨는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마스크를 벗고 여럿이 식사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창 학교생활 하면서 표정을 보고 사회작용을 배워야 할 때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보니, 마스크 벗는 걸 옷 벗는 것처럼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닌 김모(17)양은 “마스크 강박증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눈에는 자신이 있는데, 하관이 너무 못생겼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친한 친구들이랑 있으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안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는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상대가 내 외모를 평가할 것 같아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가 일상에 들어온 지 2년이 됐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불편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다양한 종류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오후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한 건 10대 청소년만의 일은 아니다. 직장에서도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면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면서 회사 동료와 이야기 나누는 게 어색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31)씨는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마스크 쓰는 게 편하다”면서 “표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라 항상 눈치를 봤는데, 이제 마스크가 가면 같은 역할을 해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0)씨도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데, 표정 관리에 크게 힘쓰지 않을 수 있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노(No)마스크’ 조치를 시행한 미국에서도 표정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나타났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 5월 ‘노마스크’ 조치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방송에서 인터뷰를 한 시민 가운데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면 사회 생활에서 억지로 표정을 연기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곳은 영화관과 야외, 회사까지 매우 다양하다. 최근 백신패스관에선 영화를 본 시민 사이에서는 옆 사람과 촘촘히 앉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팝콘을 먹는 게 불편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달 초 백신패스관에서 영화를 본 민모(28)씨는 “코로나에 걸릴 걱정보단 내가 팝콘 먹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됐다”며 “특히 누가 내 표정을 보는 게 유난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업계 관계자들도 홍보 효과로 백신패스관 예매율이 점점 높아지긴 했지만, 일반관 예매율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백신패스관을 점차 인지하면서 예매율이 상승했지만,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일반관을 앞지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9일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걷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고 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눈치를 많이 보는 문화인데, 마스크가 어느 정도 해방감을 줬다”며 “눈치 보는 문화에서는 시민들은 표정이나 얼굴을 드러내면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가 부당한 관습을 피하거나 외모지상주의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탈출구가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길게 보면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는 것을 ‘가면증후군’에 비유했다. 가면증후군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언젠가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다.

김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만남은 감소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지지와 인정이 줄었다”며 “사회 관계망이 약해지다 보니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로 인해 아동의 언어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5월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7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9%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아동의 언어 발달이 지연됐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