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술집. 오후 10시가 넘었지만 손님들로 거의 만석이다. /송복규 기자

“이제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어요. 대학생들도 학교에 슬슬 오기 시작하니 앞으로 야간 영업만 잘 하면 매출은 2~3배 정도 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살만할 것 같네요.”

8일 서울 주요 대학이 다수 몰려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근처에서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신모(63)씨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린 탓에 점심시간에도 학생들 발길은 찾기 어려웠지만, 신씨 얼굴은 수심보다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과 함께 서울 주요 대학들이 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대학가 상권이 활기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코로나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에 ‘24시간 영업’을 하기로 했다. 아직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밀려 있던 대학 축제나 연말·연시 모임 등을 고려하면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신씨는 “매출이 엄청 크게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사람은 이전보다 늘었다. 특히 야간 손님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상권은 이제 일손이 부족하다는 행복한 비명이 들려온다. 이곳에서 곱창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7)씨는 “인력 사무소에서 전화해도 지금 사람이 없다고 한다”며 “아르바이트생도 잘 안 구해지고 있어서 초저녁 시간에는 손님 감당하기가 벅차다”고 했다.

대학가 상권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은 서울 주요 대학들이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는 30명 안팎의 이론 수업을 대면으로 전환했고, 고려대·한양대·이화여대는 50명 미만 이론 교과목을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한국외대는 40명 이하 전공·교양 수업을 대면으로 바꿨다. 온라인 수업에 들어간 지 2년 만이다.

8일 오후 1시 10분쯤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는 모습. /송복규 기자

실제 이날 홍대입구역 근처에는 실기 수업을 듣기 위해 미술도구를 챙기고 캠퍼스를 찾은 학생들 발길이 이어졌다. 홍익대 학생 이모(23)씨는 “실기수업 때문에 학교에 오게 됐다”며 “코로나가 풀리면서 약속이 잡혀 홍대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학생인 이모(25)씨는 “슬슬 학교에 사람이 모이고 있다”며 “왕십리역 주변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데, 학생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다들 미뤄왔던 약속이나 모임을 많이 즐기는 것 같다”며 “한동안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다 보니 학교에 나온 김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한양대 주변 음식점·술집들은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대부분 만석이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에는 음식점 주변 노래방을 찾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없었던 시절 대학생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건국대 재학생인 장모(26)씨는 “단체로 모임을 갖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게 실감이 된다”며 “평소 기숙사에서 알고 지내던 선·후배, 동아리 모임 등 각자의 방식으로 위드 코로나를 즐기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