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졸업생이 텅 빈 학생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7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총여)가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 총여가 생긴 지 34년 만이다. 경희대 총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학생회장이 공석으로 있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경희대나 총여에 국한된 건 아니다. 서울 내 주요 대학 중 상당수가 총여뿐 아니라 총학생회 자체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기준 서울 내 주요 대학 11개 중에서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은 학교는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시립대로 총 5개다. 서울대는 후보자 미등록, 투표율 미달로 인한 개표 무산 등의 이유로 2020년부터 지금껏 총학생회가 아닌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가 운영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2019년 12월에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가 22.18%라는 낮은 투표율로 인해 무산된 이후 지금껏 중앙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한양대도 지난 2018년 3월부터 지금까지 후보자 미등록 등으로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해 4년째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총학생회를 출범시킨 나머지 6개 대학들 중 일부도 지난 몇년간 총학생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연세대는 지난 2016년 말부터 2019년 중순까지 후보자 미등록, 투표율 미달 등 문제로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했다. 53대 총학생회가 활동을 마친 후 54대 총학생회가 들어서기까지 꼬박 30개월 정도가 걸렸다.

한국외대는 지난 2016년, 2017년, 2019년 모두 후보자 미등록으로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현재는 55대 총학생회가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이다. 서강대 또한 지난해 3월 이후 총학생회 없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 5월 가까스로 총학생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5년간 매년 빠짐 없이 총학생회 구성에 성공한 것은 서울 내 주요 대학 11개 중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가 전부다. 다만 경희대는 총여 폐지를 결정하면서 학생 자치기구의 한 축이 사라진 상태다. 경희대가 총여를 없애기로 하면서 서울권 4년제 대학 중 총여가 남아있는 곳은 한양대·한신대·총신대·감리신학대 등 네 곳 뿐이다. 이들마저도 회장 자리는 몇 년 째 공석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 사이의 취업난과 경쟁 심화 등 현실적인 요인들 때문에 대학생들이 학내 자치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취업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 학생들이 학생회실이 아닌 도서관을 먼저 찾아 개인적인 학업에 열중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통 창구가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 자치활동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페이스북 등이 활성화되면서 자기 의견을 다른 학생들과 주고받는 것은 물론, 요구사항을 학교 측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다”며 “총학생회처럼 오프라인에서 공론장을 열고 의견을 수렴·전달할 매개체의 필요성을 학생들이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관심도도 낮아지는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