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가 전과자들의 재범을 막지 못하면서 현행 전자감독제도에 허점이 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자감독 인원과 관련 예산을 늘리고 각 경찰서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조선DB

30일 경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징역을 살다 지난 5월 전자발찌를 찬 채 출소한 강모(56)씨가 지난 27일 오후 5시 31분쯤 서울 송파구 한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이후 강씨는 알고 지내던 여성 두 명을 살해한 뒤 29일 오전 8시쯤 경찰에 자수했다.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뒤 법무부와 경찰 등은 현장 수색, 휴대전화 위치 추적, 차량 조회 등 추적을 벌였지만 강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스스로 자수하기까지 38시간이 넘도록 그를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지난 6월 외출제한명령도 어긴 적이 있다. 범행 당일에도 명령을 어겨 범죄예방팀이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강씨가 귀가해 명령 위반 사실과 관련한 조사 일정을 고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발찌 부착자에 의한 재범 사고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성범죄 혐의로 징역을 살다 나온 A씨가 전자발찌를 찬 채 이웃을 성폭행한 뒤 수락산으로 도주했다 경찰에 긴급체포돼 지난 20일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찬 50대 남성 B씨가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긴급체포됐고, 지난달 25일엔 강간, 상해 등 혐의로 수감생활 후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던 C씨가 부산 해수욕장에서 불법촬영을 하다 검거됐다.

법무부 제공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 감독은 성폭력 또는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 특정 범죄를 저지른 자에 한해 재범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실시된다. 2008년부터 도입됐고, 지난해 8월부터는 모든 가석방자에 대해서도 전자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자가 부착 기간 중 전자발찌를 임의로 분리하거나 훼손하면 징역 7년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전자 감독이 재범 방지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미지수다. 전자발찌 부착자 가운데 최근 5년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지난달 기준 총 303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58명, 2017년 66명, 2018년 83명, 2019년 55명, 2020년 41명이다.

재범을 막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호관찰관 인력난이다. 이날 법무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10년간 전자감독 대상자는 1032명→1703명→2129명→2313명→2696명→2981명→3126명→3111명→4052명→4866명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가석방자를 대상으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확대하면서 올해 대상자는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전자감독 대상자를 관리할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자감독 대상자 전담 보호관찰관은 119명→119명→119명→141명→141명→162명→162명→237명→237명→306명이었다. 2~3년마다 한 번씩 충원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한 명당 최대 17명씩 관리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자감독 인원과 관련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보다 전담 대상자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선언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인력이 확충되려면 예산이 필수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경찰과의 유기적인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전자감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개선안에는 ▲전자장치 견고성 개선 ▲훼손 후 신속한 검거를 위한 긴밀한 공조체계 개선 ▲재범위험성별 지도감독 차별화 및 처벌 강화 ▲지도감독 및 수사 처리 등을 위한 인력 확충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