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연장되고 추가 방역 조치까지 나왔지만, 각종 기술·전문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다수가 밀폐된 시험장에 모여 있고, 실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감염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기 전인 지난 9일 "사회적 거리두기 모든 단계에서 시험은 예정과 같이 정상 시행한다"는 지침을 공지했다. 가장 높은 단계로 격상되더라도 시험 일정을 연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2021년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제1차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고 추가 방역 강화 조치까지 내놨지만, 공단은 여전히 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단은 시험 전·후로 시험장 전체를 소독하고 수험자 간 1.5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한편 2시간 마다 환기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공단은 방역당국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중대본 방침을 받아 시험을 정상 집행하는 것"이라며 "이날 중대본 발표에도 시험과 관련된 별도 조치는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이날 종교활동과 국제회의를 제외한 학술회의 등을 비대면으로 제한하고, 결혼식·장례식은 49명까지만 허용하는 등 각종 규제를 발표하면서도 공무원·국가시험 진행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경영지도사 시험 응시자 1549명과 기술지도사 시험 응시자 145명 등 전국 각지 수험생들은 24일 서울에서 동시에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장거리 이동을 자제하도록 집중적인 홍보·캠페인을 전개하겠다는 방역당국 계획과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수험생 762명도 같은날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제주 등에서 농산물품질관리사 2차 시험에 응시한다. 내달 6일부터는 1203명이 변리사 2차 시험을 본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 수험생들이 모일 경우 방역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폭염으로 실내 에어컨 가동이 필수적인 상황이라 감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에어컨은 바이러스를 감싸고 있는 비말을 증발시켜 공기 중에 떠다니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공단 내 시험 시행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며 "실내에서 음식물 섭취가 수반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시험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둔다고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 다수 중론"이라고 전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게 되면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게 된다"며 "시험을 미룰 수 없다면 덴탈 마스크는 절대 안 되고 KF 마스크를 꼭 제대로 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