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헌제청 선고를 위해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번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하면 그 기간만큼 추가 응시가 가능한데, 여성의 임신·출산은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같은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1일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 제한의 예외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7조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론이 나왔다.

헌재는 변호사시험에 최종 불합격한 14명이 청구한 비슷한 쟁점의 사건 7건을 한꺼번에 심리했다. 청구인 중 김누리씨는 로스쿨을 졸업한 2016년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불합격한 뒤 자녀 두 명을 출산했다. 이후 2020년 시험에서 탈락했다. 자녀 임신·출산으로 5년간 변호사시험에는 두 번만 응시했으나, 이른바 '오(5)탈자'가 돼 시험을 더 칠 수 없다.

김씨는 "오로지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을 변호사시험 응시기간 제한의 예외로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2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 밖에 윤모씨는 2022년 로스쿨을 졸업했고, 2026년까지 변호사시험에 4회만 응시했다. 윤씨도 '오탈자'가 되자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횟수를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과 군 복무 예외를 규정한 제2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형두·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병역의무 이행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정한 헌법에 따른 것으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기존 헌재 판단을 유지했다. 이들 재판관은 "예외를 인정할수록 응시기회·합격률에 관한 형평성에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어 시험 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면서 "임신·출산의 사유로 변호사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변호사시험 준비생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대학교 학부 과정(4년)을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3년간의 과정을 마치면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시기와 겹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 올해 변호사시험 여성 접수자(1897명)의 88.2%가 25~34세였다면서, "여성 준비생의 대다수는 삶의 주기에서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이행할 수 있는 시기에 변호사시험 준비 및 응시를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시험 준비생이 임신·출산을 하는 경우 입덧, 호르몬 변화, 출산의 고통 등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안게 된다"며 "정상적인 변호사시험 준비를 기대하기 어렵고, 임신한 준비생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적정한 출산율과 인구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기본적 요소"라며 헌법상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언급했다.

로스쿨은 2009년 도입됐고, 첫 변호사시험은 2012년 치러졌다. 이후 '오탈자' 규정 관련 헌법소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20년 11월에는 재판관 4명이 '임신, 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를 대리한 이유 법률사무소의 박은선 변호사는 "국가 소멸 위기 속에서 (헌재는) 최근 육아휴직 관련 결정에선 7회나 '저출산'을 언급했다"면서 "변호사시험에서는 헌재의 법리가 일관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12월 법무부에 변호사시험 준비생이 자녀를 출산하면 1년의 기간을 응시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방안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