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5월 29일 오후 4시 12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학교폭력(학폭) 징계 이력이 대학 입시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학부모 불안을 파고드는 '학폭 컨설팅' 시장이 커지고 있다.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조치 이력이 남지 않도록 돕거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행정심판·행정소송 단계에서 대응 전략을 짜준다는 식이다.
대부분은 변호사들이 맡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직 교사나 전직 경찰 경력을 내세우거나 별다른 자격 없이 '학폭 전문'을 표방하는 비전문가들도 뛰어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학부모에게 무리한 대응을 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조건 '맞폭'으로 대응하라고 하거나, 학생의 진술서와 반성문을 대신 써주겠다고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용 문제도 논란이다. 일부 업체는 "변호사보다 저렴하다"고 홍보하지만, 상담비와 서류 작성비, 사건 검토비 등이 붙으면 실제 비용은 정식 변호사 선임료와 비슷하거나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입 모든 전형에 학폭 반영… 커지는 학부모 불안
학폭 컨설팅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대입 제도 변화가 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수시와 정시 등 모든 전형에 학교폭력 조치 결과를 반영하도록 했다. 학생부에 학폭 관련 기재가 있으면 전형 지원 자격이 제한되거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학폭 이력은 대입 당락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6학년도 수시 전형 학폭 반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0개 대학에서 학폭 이력이 있는 지원 건수 3273건 중 2460건이 불합격 처리됐다. 탈락 비율은 75.2%였다. 정시에서도 전국 165개 대학 593건 중 535건이 탈락해 탈락률이 90.2%에 달했다.
학폭 이력이 사실상 '입시 리스크'가 되자 인터넷에는 학폭위, 행정심판, 행정소송 단계에서 대응을 도와준다는 광고가 늘고 있다. "변호사 비용보다 저렴하다", "학생부 기재를 막아준다"는 식이다. 전직 교사나 전직 경찰 경력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고, 교육청에서 짧은 기간 학폭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전문성처럼 포장하는 사례도 있다.
이동현 법무법인 에스제이파트너스 변호사는 "교육청에서 단기간 학폭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상담센터 등을 경력으로 내세우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행정사가 행정심판 청구서 등 제출 서류를 작성하거나 행정 절차를 대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법률 상담까지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행정사는 변호사와 달리 의뢰인을 대리해 학폭위에 직접 참석하거나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 자신의 명의로 학폭 관련 법률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도 어렵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법률 상담을 하거나 법률 문서를 작성하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변호사법은 비변호사가 금품을 받고 법률 사무를 취급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CCTV 업체 직원도 접근… "싸게 소송해줄 사람 있다"
학폭 컨설팅은 변호사나 행정사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사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비전문가가 학부모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관리하는 업체 직원이 학부모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식이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는 "학교에 CCTV 영상을 보러 온 학부모에게 업체 직원이 접근해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말하는 경우를 접했다"며 "저렴하게 소송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중간에서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실제 전문적인 법률 조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학폭 사건은 사실관계와 증거, 진술의 일관성,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비전문가가 이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용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일부 인터넷 광고는 "변호사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추가 상담비와 서류 작성비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아름 법무법인 엘에프 대표변호사는 "비전문 업체를 이용하면 정식 변호사 선임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 "무조건 맞고소하라" 조언에 진술 흔들릴 수도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대응 전략이다. 학폭 사건은 사안별로 대응 방향이 달라야 한다.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선처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억울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 경위와 증거, 피해 정도, 진술의 일관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런데 비전문가 말만 믿고 섣불리 맞폭을 제기하거나 입장을 바꾸면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나중에 인정하거나, 서류에 쓴 내용과 학폭위에서 말한 내용이 달라지면 진술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
학생의 진술서나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것도 위험하다. 필적이나 문체가 학생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오히려 반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학폭위가 학생의 태도와 반성 정도를 징계 수위 판단에 반영하는 만큼, 대필은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진술도 중요하다. 학폭 사건은 초기에 낸 서류와 진술이 학폭위 판단, 행정심판, 행정소송까지 이어진다. 한 번 흔들린 진술은 나중에 바로잡기 어렵고, 징계 수위가 높아지거나 불복 절차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동현 변호사는 "학폭 조치에 대해서는 교육청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편"이라며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확히 정리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