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브로드컴이 삼성전자(005930)에 장기 부품 구매계약을 사실상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91억원대 과징금 처분이 법원에서 유지됐다.

서울고법 행정6-1부(김민기·최항석·박영주 고법판사)는 13일 브로드컴 미국 본사와 한국지사 등 4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무선통신 부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와의 거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장기계약 체결을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계약은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와 2020년 3월 체결한 3년 장기계약이다. 이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매년 최소 7억6000만달러 규모의 부품을 구매해야 했다. 실제 구매액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브로드컴에 배상해야 하는 구조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18년부터 일부 부품에서 경쟁사와의 경쟁이 예상되자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장기간 묶어두려 했다. 2020년 2월부터는 삼성전자에 부품 구매주문 승인을 중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하며 장기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기회비용과 재정 손실 등을 이유로 계약 체결에 난색을 보였지만, 브로드컴은 장기계약 협상을 앞두고 거래 중단을 통보하고 구매주문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 차질을 우려해 결국 브로드컴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계약상 구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당초 채택하려던 경쟁사 부품을 브로드컴 제품으로 바꾸기도 했다. 2021년 출시된 갤럭시S21에는 경쟁사 부품을 탑재하려 했지만, 이를 철회하고 브로드컴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장기계약으로 삼성전자의 부품 선택권이 제한됐고,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들도 가격과 성능을 바탕으로 경쟁할 기회를 잃었다고 봤다. 이에 브로드컴의 행위가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했다.

브로드컴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공정위 판단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