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5월 12일 오후 2시 40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일부 삼성전자(005930) 소액주주들이 총파업을 예고한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손실을 회사 피해에서 비롯된 '간접 손해'로 볼 가능성이 크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개정 법률) 시행으로 조합원 개별 책임 입증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으로 ▲주주 손해의 직접성 ▲제3자 권리 침해 법리 적용 여부 ▲노란봉투법 이후 조합원 책임 범위 ▲경영진 상대 대표 소송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주주 권리 직접 침해" 입증 쉽지 않아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최근 '삼성전자 파업 위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노조의 파업으로 회사의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노조원을 상대로 제3자 권리 침해 법리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주주 단체 측이 거론하는 '제3자 권리 침해' 법리를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 권리 침해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행위로 채권자 등의 권리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경우를 뜻한다.
문제는 대법원이 제3자가 단순히 채무자의 재산 감소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의 존재와 침해 가능성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공모했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책임을 인정해 왔다.
노조가 주주의 권리나 이익을 직접 침해할 의도로 위법한 수단을 사용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파업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의 하나인 만큼 법원이 제3자 권리 침해 법리를 폭넓게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 노동 전문 A 변호사는 "쟁의 행위가 적법 범위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주주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배당 감소" 주장해도 간접 손해 가능성
노조 파업이 불법으로 판단되더라도 주주들이 손쉽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이 주주의 손실을 회사 손해에서 파생된 '간접 손해'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손해를 입고 그 결과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감소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주의 직접 손해가 아니라 회사 손해에서 비롯된 간접 손해로 판단해 왔다. 실제로 2012년 대법원은 상장사 경영진의 횡령 등으로 회사가 상장폐지된 사건에서도, 소액 주주들의 손해는 직접 손해가 아니라며 경영진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주주 측이 '기업 이미지 훼손'이나 '신용도 하락' 등을 근거로 손해를 주장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적으로 기업의 신용과 명예에 대한 침해는 원칙적으로 회사 자체의 손해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손해배상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면 그 효과가 주주에게도 간접적으로 돌아간다는 점 역시 법원이 주주의 별도 청구를 제한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조합원별 책임 따져야"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과거처럼 노조 전체를 상대로 일괄 책임을 묻는 방식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전에는 불법 쟁의 행위에 가담한 노조와 조합원들이 손해 전액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 행위 가담 정도,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조합원별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 DS 부문 노조원만 약 3만700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누가 파업을 기획·주도했고, 누가 단순 참가자인지, 개별 조합원이 어떤 손해 발생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특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회사 내부 자료 접근권이 없는 소액 주주 단체 입장에서는 개별 조합원의 역할과 책임을 입증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
대법원 역시 최근 단순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공동 불법 행위 책임 인정 범위를 좁히는 추세다. 2023년 6월 현대자동차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쟁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집단적 의사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단순 참가 조합원에게 지도부와 동일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성과급 합의가 배임" 주장도 현실성 낮아
일부 소액 주주들은 회사가 노조와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합의해 배당 여력을 줄일 경우,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인정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성과급 협약 체결이 이사의 임무 해태나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법원은 통상 노사 협상 결과 자체에 대해 폭넓은 경영 판단 재량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의 B 변호사는 "회사가 도산 위험에 처할 정도의 현저히 불합리한 의사 결정이 아닌 이상, 노사 합의만으로 경영진 책임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실효성 있는 법적 대응은 회사가 직접 원고가 돼 불법 파업을 주도한 노조나 간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 변호사는 "주주 단체의 법적 대응 주장은 실제 승소 가능성보다는 노조에 대한 여론 압박과 협상력 제고 차원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