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노사가 11일 사후 조정에 들어갔다.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다. 조정이 결렬될 경우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삼성전자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상대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최근 대법원이 경영 성과급을 잇따라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만큼, 노조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오는 13일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2차 심문 기일을 연다. 법원은 총파업 예정일인 21일 전에 결론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인 3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4조5000억원 규모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1인당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급도 가능하다. 반면 회사 측은 "업계 최고 수준 보상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과급은 임금 아니다"… 대법원 판례 변수
쟁점은 성과급 요구가 정당한 쟁의 목적에 해당하느냐다. 노조의 파업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목적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초과이익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은 경영 판단 영역 성격이 강해 일반 임금과는 다르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1월 29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구분했다. 반기별 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지급되는 TAI는 근로자가 일정 부분 관리·통제할 수 있어 임금에 해당할 수 있지만, 연 1회 기업 초과이익을 재원으로 지급되는 OPI는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OPI가 근로 제공뿐 아니라 자본 규모, 비용,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결정되는 성격이라고 봤다. 지난 2월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낸 퇴직금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 판단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최근 판례를 보면 성과급 요구가 파업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공정 멈추면 위험"… 안전시설 유지 쟁점
반도체 산업 특수성도 변수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쟁의 행위 중에도 안전 보호 시설 유지·운영을 중단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유독성 가스와 화학물질 관리,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은 파업 중에도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첫 심문 기일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이 유지해야 할 안전 업무 범위와 인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원들에게 위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조합법상 쟁의 규모가 크거나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된 사례는 많지 않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역대 네 차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 역시 발동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가 긴급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