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기 고양시 차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뉴스1

부모가 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약 9000자로 제한한 현행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름 지을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행정의 안정성과 국민 편의를 고려한 합리적 제한이라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 김모씨가 제기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자녀의 이름에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통상 사용되는 한자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해진 '인명용 한자'를 의미한다.

이번 사건은 출생신고 과정에서 비롯됐다. 청구인 김씨는 2023년 2월 태어난 자녀 이름에 '예쁠 래(婡)'를 쓰려 했지만, 이 글자가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한자 표기를 포기하고 한글로만 이름을 신고한 김씨는, 이름에 사용할 한자를 제한하는 규정이 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대법원 규칙이 정한 인명용 한자만 기재할 수 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인명용 한자는 총 9389자로, 교육용 기초 한자와 그 동자·속자·약자 등이 포함된다. 이는 중국(약 3500자), 일본(2999자)보다 많은 수준이지만, 전체 한자 약 6만자에 비하면 제한적이다.

헌재는 이러한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자녀 이름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며 "가족관계 등록 전산 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려면 '통상 사용되는 한자' 범위를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인명용 한자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개명이나 추후 보완신고를 통해 새로 추가된 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구제 수단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명용 한자는 1990년 제도 도입 당시 2731자에서 현재 9389자까지 늘어났다.

반면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등 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자녀의 인격 형성뿐 아니라, 자녀를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출발점"이라며 "부모는 자녀의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녀의 이름에 원하는 한자를 자유로이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성명의 한자가 개인의 동일성 식별을 위해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시점"이라면서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등록할 수 없도록 한다고 일반 국민의 편의 증진 내지 안정적인 법률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