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희생자의 사후양자도 형사보상금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친생자와 사후양자 간 상속권 논란에 대해 헌재가 처음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 29일 강모씨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사건법) 제18조의2 제2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건은 4·3 희생자의 유족 사이에서 형사보상금 상속권을 둘러싼 다툼에서 비롯됐다. 강씨의 부친은 1948년 4·3 사건 당시 내란실행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50년 사살됐다. 이후 2021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유족은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상속 범위였다. 강씨의 모친은 1987년 호주 승계를 위해 남성 A씨를 사후양자로 입적했다. 사후양자는 당시 관습과 법에 따라 허용됐지만, 1991년 민법 개정으로 금지된 제도다. 이후 A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고, 형사보상금 역시 상속 대상에 포함되면서 친생자인 강씨와 사후양자가 공동 상속인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강씨는 "친생자인 딸과 사후양자가 함께 상속받는 것은 양성평등 원칙에 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사후양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후양자 제도가 폐지되기 전 적법하게 성립된 경우, 양자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며 친생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보상청구권의 상속 범위를 민법상 상속인으로 정한 것은 합리적이며, 이로 인해 친생자의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특히 제주 4·3 사건의 역사적 특수성도 고려했다. 당시 희생자의 상당수가 젊은 남성이었고, 후손 없이 사망한 경우가 많았다. 제주 지역에서는 제사를 잇고 분묘를 관리하기 위해 친족을 사후양자로 들이는 관습이 널리 존재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관습은 공동체가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중요한 방식이었다"며 "사후양자에게 형사보상청구권의 상속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4·3 사건 희생자 유족 간 형사보상금 분쟁에서 사후양자의 권리가 폭넓게 인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