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웰스토리 본사 /뉴스1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2000억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법원이 모두 취소했다. 재판부는 일부 계약조건이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곧바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23일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 계열사와 삼성웰스토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1년 8월 공정위가 의결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다.

쟁점은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삼성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맡기면서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보전 등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웰스토리를 부당 지원했는지 여부였다.

공정위는 이 기간 급식 거래 전부를 위법한 지원행위로 보고, 삼성전자 1012억여원, 삼성디스플레이 228억여원, 삼성전기 105억여원, 삼성SDI 43억여원, 삼성웰스토리 959억여원 등 모두 234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결론부터 공정위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급식거래는 상당 규모로 거래돼서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한 걸로 볼 수 없고 공정거래 저해할 우려가 큰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어"라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전제에 선 공정위 처분은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처분 근거로 내세운 미래전략실 개입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삼성전자 등이 미래전략실의 지시에 따라서 삼성웰스토리와 급식거래했다고 하기엔 증거가 부족합니다"라고 했다. 또 "삼성전자 등이 삼성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와 거래했다곤 보기 어려워"라고도 했다.

공정위는 삼성에버랜드의 자금 수요와 그룹 차원의 지원 필요성, 미래전략실 지시 등을 급식 몰아주기의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 같은 구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급식 계약 구조 가운데 일부는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급식거래에 대해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당한 유리한 계약 조건이 인정된다 볼 수 있어"라고 했다. 식재료비 검증 구조의 한계나 위탁수수료 반영 방식 등은 웰스토리에 유리한 요소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급식단가계산안이 마련됐단 사정만으로는 지원의도를 인정할 수 없어"고 덧붙였다.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공정위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시한 직접이익률 차이, 위탁수수료 지급 구조, 경쟁사업자 비교 방식만으로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규모 식수 인원을 장기간 운영하는 단체급식 거래의 특성상 거래 효율성, 식수 예측 정확성, 급식사업자의 운영 역량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봐야 한다는 취지다.

공정거래 저해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간기업 사내급식 거래에 공공기관처럼 경쟁입찰 의무나 물량 분산 의무가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실제 시장 상황을 보더라도 삼성웰스토리의 비계열사 매출 비중이나 경쟁사업자와의 이익률 비교만으로 시장 봉쇄나 신규 진입 저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경쟁입찰이 가능한 사업장에서 계열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상당한 물량을 맡기고, 경쟁입찰에서는 반영되기 어려운 식재료비 마진이나 위탁수수료 보전 등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나 부당이익제공행위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그런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결론이다.

원고를 대리한 문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재판부가 제출된 주장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 결과인 만큼 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