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재판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오 시장과 처음으로 법정에서 대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20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원자 김한정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고 명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오 시장도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두 사람이 대면한 것은 지난해 11월 특검 조사 과정에서 대질 조사를 받은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명씨는 앞서 지난 18일에도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명씨는 이날 법정에서 2020년 12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주선으로 오 시장을 처음 만났고, 이후 여론조사를 해주는 대가로 아파트 제공을 약속받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특검이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명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명씨는 이어 오 시장이 강 전 부시장과 상의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비용은 후원자인 김씨가 부담하는 취지로 자신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1년 2월 말까지 오 시장과의 관계가 유지됐고, 자신이 오 시장 측에 도움을 줬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오 시장은 공판에 앞서 법원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명씨와 강혜경씨를 두고 "사기 범죄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씨는 사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모집책 내지 행동대원"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론조사가 조작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10차례에 걸쳐 대가를 지급하며 받아봤다는 뜻이 된다"며 "바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는 날"이라고 말했다.
명씨도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오 시장이 당선되면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해 도와준 것"이라며 "왜 내가 지탄을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모두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후원자인 김씨에게 그 비용을 대신 부담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특검은 명씨가 2021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10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당시 캠프 비서실장이던 강 전 부시장이 오 시장 지시에 따라 명씨와 연락하면서 설문지를 주고받는 등 여론조사 진행을 상의했다고 본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명씨를 접촉한 뒤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었고, 명씨 진술은 허위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