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사옥 전경(호반파크). /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이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으로 확보한 공공택지를 총수의 두 아들이 소유한 기업에 몰아줘 1조원이 넘는 돈을 벌게 해 과징금 243억원을 물게 됐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초반의 중견 건설사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은 20일 호반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호반건설 측이 과징금 243억원을 납부하라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공정위와 법원 따르면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할 계열사를 여러 개 만들었다. 계열사들은 실제 사업을 하지 않아 '페이퍼 컴퍼니'에 가까웠는데, 공공택지 추첨에 '벌떼 입찰' 방식으로 참여해 당첨될 확률을 높였다.

그런데 호반건설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이 방법으로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에 직접 아파트를 짓지 않았다. 대신 총수인 김상열(64) 회장의 장남 김대현(36)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이 소유한 호반건설주택, 차남 김민성(30) 호반그룹 기획담당 임원 소유한 호반산업 등에 양도했다.

공정위는 23개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해 발생한 매출은 5조8575억원, 이익은 1조3587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호반건설이 가져갔어야 할 이익을 총수 일가가 갖게 되 셈이다.

또 호반건설은 총수의 두 아들 소유의 회사가 공공입찰에 참여할 때 내야 하는 신청금을 무상으로 414회 빌려줬다. 또 이 회사들이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2조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호반건설은 두 아들의 회사에 이미 짓고 있던 아파트 사업을 중도에 넘기기도 했다.

이런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장남 김대헌 사장의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2018년 호반건설에 합병됐는데,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평가받아 김대헌 사장은 호반건설의 지분 54.7%를 확보해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완료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호반건설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3년 6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호반건설 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고, 같은 해 9월 서울고법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 판단이 1심 역할을 하며, 2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된다.

2심 재판부는 공정위가 호반건설 등에 부과한 과징금 608억원 중 365억원은 취소하고, 243억원만 납부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 신청금 무상 대여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부당하다고 봤다. 총수 2세 회사가 시행한 40개 공공택지 사업 PF 대출 무상 지급보증과 건설공사 이관에 대해서는 공정위 처분을 유지했다.

호반건설과 공정위 모두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호반건설 측과 공정위의 상고를 전부 기각했다.

호반건설 측은 "소송의 핵심 쟁점인 공공택지 명의 변경(전매)을 통한 2세 승계 지원 논란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해소됐다"면서 "복수 청약(벌떼 입찰)도 검찰의 지난 5월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정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경영 활동으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