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과징금 고지서를 보낸 것은 적법하지 않으므로 송달(送達)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지서를 받는 사람이 앞서 ‘전자송달을 해 달라’고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구청이 마음대로 카카오톡 고지를 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영등포구청 전경. / 뉴스1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서경민 판사는 미국 하와이주에 거주하는 A씨가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에게 한 과징금 처분은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구청은 A씨가 영등포구 소재 부동산 명의신탁등기와 관련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약 6219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고지서를 2020년 7월 A씨 주민등록상 주소로 보냈다.

그런데 구청이 보낸 고지서가 도착한 곳은 응봉동 주민센터였다. 앞서 A씨가 구청에 해외체류 신고를 하면서 국내 주소지가 없어지자, 행정상 관리주소인 주민센터가 주소지로 등록된 것이다. 결국 A씨는 이 고지서를 받지 못했다.

구청 공무원은 작년 8월 말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체납 고지서 표지를 촬영·스캔한 사진을 보내면서 과징금을 내라고 했다. A씨는 과징금이 부과된 지 3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구청이 과징금이 적법하게 고지되지 않았으니 무효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청은 “A씨가 직접 해외체류 신고를 해서 주소지로 등록된 응봉동 주민센터로 송달을 했으며, 그 송달장소에서 누가 수령하는지는 구청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실제 영수인(領收人)이 누군지 파악해 본인에게 직접 서류를 줘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청이 송달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봤다. 법원은 “구청은 A씨가 해외체류자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해외 주소를 파악해 송달하거나, 공시송달(법원 홈페이지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을 통해 송달이 가능했다”고 했다.

또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 만으로는 처분이 적법한 전자송달 방법으로 고지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방세기본법에 따르면 송달을 받아야 할 사람이 전자송달을 신청했다면 구청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A씨는 전자송달을 신청하지 않았다.

법원 결정에 따라, 구청은 송달 절차를 거쳐 A씨에게 과징금을 다시 부과해야 한다. 부동산실명법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은 5년이다. 법 위반 행위가 끝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A씨는 과징금 처분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