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가 담긴 CCTV 영상을 관리자 동의 없이 몰래 시청한 행위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CCTV 영상을 저장매체로 받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례는 있었지만, 영상 시청 행위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달 23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2월 28일 강원도 양구군의 한 장례식장에 근무하는 B씨에게 빈소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 전날 이 장례식장에 경찰이 도박 현장 단속을 왔는데, 누가 신고해서 단속을 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A씨가 왜 이 도박 현장 신고자를 색출하려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판결문 등에 적시되지 않았다. B씨는 영상을 틀어줬다. 이어 B씨가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에 A씨는 이 영상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었다.

검찰은 A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CCTV 영상을 자료를 제공받았다며,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행위도 처벌하도록 한다.

1심은 A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특정인이 도박 신고를 했는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CCTV 영상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CCTV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이 행위에는 ‘부정한 목적’이 없었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CCTV 영상을 다른 곳에 저장하지 않고 단순 시청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 ‘제공’이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CCTV 영상 그 자체를 제공받지 않은 이상, CCTV 영상 시청을 통해 ‘신고 의심자가 도박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2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또 한번 뒤집혔다. 대법원은 “영상의 형태로 존재하는 개인정보의 경우, 영상이 담긴 매체를 전달받는 등 형태로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것 외에도 이를 시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상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취득해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은 경우에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관리자가 영상을 재생해 A씨가 볼 수 있도록 하고, A씨가 이를 시청한 것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A씨가 영상을 시청할 행위를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