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이그룹(옛 이화그룹) 회장이 허위 공시로 2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영준 이그룹(옛 이화그룹) 회장이 지난 달 26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13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진용)는 김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주요 혐의는 본인의 횡령, 배임 혐의와 이그룹 계열사인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사업과 관련해 회사가 허위 공시를 하게 함으로서 투자자와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은 자금난에 시달리던 2021년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170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 회사는 마치 무담보로 BW를 발행한 것처럼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메리츠증권이 참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회사에 투자하는 일종의 담보 제공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회장은 지난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 홈페이지에 허위 내용을 게시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작년 5월 8일 김 회장과 김성규 이그룹 총괄사장에 대해 조세포탈,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국거래소는 이틀 뒤인 10일 장 마감 후 이그룹 3개 계열사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면서 관련 내용에 대한 공시를 요구했다. 계열사들은 “김 회장은 회사와 상관없는 인물로 횡령 등 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 “김 사장 횡령 기재 금액은 8억원대”라고 공시하고 회사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한국거래소는 이그룹 계열사에 대한 주식 거래 정지를 11일 풀었다가 12일 오후 다시 막았다.

검찰은 작년 5월 11일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같은 달 30일 김 회장을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혐의를 보면 횡령액은 114억원, 배임액은 842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김 회장이 주식 거래 정지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찰 수사 진행 사실과 그 내용을 숨기고 회사 홈페이지 등에 허위 내용을 게시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이 보유한 사채를 고가에 매각하기 위해 리튬 광산 개발에 관한 허위 호재성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도 있다. 이 보도자료 배포 이후 회사 주가가 상승하면서 김 회장은 전환사채(CB)와 BW를 매각해 2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은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시가보다 22억원 저렴하게 지인들에게 매각한 혐의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지난 8월 26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다시 수감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소액주주들에게 중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점, 소액주주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자신은 고급주택, 명품 의류에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점, 동종 범죄 전력에도 유사 범행을 반복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화전기 거래 정지 전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한 메리츠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한국거래소가 이화전기 주식 거래를 정지하기 직전인 작년 5월 4~10일 걸쳐 이화전기 주식 5848만2142주(32.22%)를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메리츠증권이 사전에 김 회장 등의 수사 정보를 알고 투자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