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에 대한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합법적인 경영상 의사 결정에 따른 지분 매집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8일 구속 기소됐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뉴스1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의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수감 중이지만 수의 대신 양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변호인은 “타 기업이 공개매수를 하더라도 지분 경쟁 상황에서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 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인 경영상 의사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내매수가 공개매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정당한 경영활동이 위법한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SM엔터 주가는 이미 12만원을 상회했다”며 “(공개매수를 선언한 기간은) 하이브와 카카오의 지분 경쟁을 기대해 매수 수요가 있던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전 가격보다 1원이라도 높으면 기계적으로 고가매수라고 (검찰이) 보는 것은 저가 매수 주문만 제출한 채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식으로 장내매집을 했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5%룰)를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SM엔터 주식 매집을 상의한 적이 없고 원아시아파트너스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매집한 부분을 제외하면 5%를 넘지 않으므로 공소사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SM엔터 주식을 총 553회에 걸쳐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2월 16~17일과 27일 3일간 363회에 걸쳐 원아시아파트너스 명의로 약 1100억의 SM엔터 주식을 고가매수하거나 물량소진 주문해 시세조종했다고 보고 있다. 같은 달 28일엔 홍 전 카카오 대표, 김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공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명의로 190회에 걸쳐 약 1300억원 상당의 SM엔터 주식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또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SM엔터 지분을 총 5% 넘게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3월 8일까지 보유 상황과 변동 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