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에 단가 인하를 강제로 요구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한국조선해양(옛 한국조선해양)이 1심에서 15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HD한국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양진호 판사)은 5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의 1심 재판에서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다수의 사업자가 경영난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특히 단가 인하와 관련해 계약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르고 인하된 계약 금액만 봐도 51억원에 달한다”면서 “지연 발급과 관련해서도 수급 사업자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 서면이 발급됨으로써 불이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선업계 불황에 따른 수출난으로 경영난에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이 사건 범행 중에 대금을 감액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특정 사업자에게 악의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15년 12월 선박 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2016년 상반기 하도급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2016년 1~6월 총 48개 업체가 하도급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했고, 같은 기간 하도급 대금은 약 51억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12월 “하도급 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제조 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삭감하는 등 상습적으로 갑질을 했다”며 HD한국조선해양을 검찰에 고발했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어려웠던 조선업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협조를 구한 것일 뿐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