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라임 펀드 사태’를 수사 중인 가운데, 투자 자금 300억원이 들어간 해외 리조트 소유권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새 주인은 라임이 3500억원을 투자한 부동산 시행사의 대표이자, 약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도주 중인 김영홍(49·인터폴 수배)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친척이다.

현재까지 이 리조트로 흘러간 라임 펀드 자금은 전혀 회수되지 못했다. 해외 부동산 주인 변경은 라임 펀드 부실 채권을 추심하는 절차가 시작되자 메트로폴리탄 법인 및 관계자가 아닌 제삼자로 소유주를 바꿔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필리핀 현지 법인인 'TERRA UNIFICUS DEVELOPMENT' 등본에 이 법인 최대주주로 김모(61)씨가 등록돼있다.

1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필리핀 현지 법인 등본에 따르면, 라임 펀드 자금 300억원이 투입된 필리핀 이슬라리조트의 토지 및 건물 소유 법인 ‘테라유니피쿠스개발(TERRA UNIFICUS DEVELOPMENT)’의 최대주주는 메트로폴리탄 CFO이자 대표직을 맡았던 채모(45)씨에서 지난해 5월쯤 김영홍의 친척인 김모(61)씨로 변경됐다.

채씨는 현재 이 리조트에서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죄)로 춘천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채씨는 라임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검찰 수사에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테라유니피쿠스 지분 40%를 본인 명의로 인수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메트로폴리탄은 2018년 12월,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300억원으로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했다. 리조트를 갖기 위해선 현지 법인 3곳의 지분을 취득해야 했는데, 김영홍은 메트로폴리탄 명목상 대표였던 채씨를 내세워 이 작업을 마쳤다. 300억원 중 295억원을 지급하고 이슬라리조트 부지 및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 테라유니피쿠스 법인과, 리조트 운영권을 갖고 있는 막탄이슬라리조트앤스타, 그리고 리조트 내 카지노 운영권을 갖고 있는 은케이엔터테인먼트 법인을 인수한 것이다. 이후 테라 법인의 최대주주로는 채씨가 등록됐다.

그러던 지난 2019년 7월 ‘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자, 김영홍은 리조트가 있는 필리핀 현지로 도망간 후 종적을 감췄다. 이슬라리조트에 들어간 라임 펀드 자금 역시 한푼도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자금을 2021년 말까지 연 8% 금리를 적용해 약 390억원으로 돌려받기로 했었다.

지난해 현지 리조트 토지 소유법인 최대주주까지 김영홍의 친척으로 바뀌면서 채권 추심 절차는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라임 부실 채권을 회수를 위해 설립된 웰브릿지자산운용은 라임 펀드가 투자한 법인 및 법인 관계자들을 위주로 채권 추심 절차를 진행 중인데, 법인 최대주주가 김영홍의 친척 관계에 있는 제삼자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지분을 남 몰래 매각하면 어떡하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슬라리조트로 흘러간 라임 펀드 자금을 추적 중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리조트로 흘러간 펀드 자금 일부가 야권 인사에게 넘어간 정황 등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합동수사부(부장검사 하동우)는 지난해 9월 금감원을 압수수색 해 김영홍 회장과 이슬라리조트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현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