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렸던 이희진(37)씨가 규모가 900억원에 달하는 코인(가상자산) 사기로 지난 4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동생인 이희문(35)씨 등과 코인 3개를 허위 홍보하고 시세조종 해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씨 형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스캠 코인’ 사기라고 봤다. 스캠코인이란 사업의 실체를 속이고 투자금을 편취하기 위해 만든 코인을 뜻한다. 이씨 형제가 처음부터 시세조종을 할 목적으로 코인을 발행했고, 시세 차익으로 큰돈을 벌면 사업을 청산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 같은 ‘스캠 코인’ 범죄에선 특유의 시세조종 수법이 나타난다고도 검찰은 지적했다. 전통적인 주가조작 수법은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고가에 매수 주문을 넣어 단기간 주가를 올린 뒤 내다파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눈을 속이기 위해 다수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장기간 주가를 서서히 올리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코인 범행에선 이런 주가조작 수법에 더해 자전거래를 하는 프로그램(자전거래봇)을 이용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등의 진화된 방식이 목격되고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 주가조작과 공통점: 고가매수, 유튜브 활용

‘스캠 코인’ 사기에서도 고가매수를 통한 시세조종은 반복된다. 매도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내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소위 ‘긁어올리기 주문’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코인 시장에서도 시세조종 수법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같은 방식이더라도 코인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훨씬 크다. 주식시장과 달리 가격 제한이 없는 코인 시장엔 상한가와 하한가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2000% 상승도 가능한 코인의 경우 고가매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도 주가조작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방송을 활용해 유망한 종목을 추천하고 추종 매매 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세를 띄우는 방식이다. 이씨 형제 역시 이 방법을 범행에 활용했다.

◇ 코인 시세조종 특징: 자전거래봇, 허위 공시

‘스캠 코인’ 사기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수법도 있다. 자전거래봇(bot)을 이용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코인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자전거래봇이 자전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이씨 형제 역시 이 수법으로 코인 가격을 끊임없이 부양했다. 주식과 달리 내재 가치가 없는 코인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거래량이 줄면 0원까지도 떨어질 수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자전거래봇을 돌려 가격 하락을 방지해 온 것이다.

허위 과장 공시를 남발하는 것 역시 스캠 코인 범죄의 특징이다. 코인 시장은 주식시장과는 달리 공인된 공시기관도, 잘못된 공시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는 상태다. 이를 악용해 업무협약 체결이나 경영권 인수 등 개인 투자자가 진위를 활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허위로 공시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것이다.

◇ 스캠코인 피하려면…”코인백서, 발행주체 확인해야”

이씨 형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스캠 코인’을 피하기 위해선 코인백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서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경우 스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캠 코인은 투자자를 현혹하기 위한 홍보성 내용에 치중하고, 검증을 피하기 위해 알맹이가 없는 추상적 표현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코인을 발행한 재단의 주소지나 연락처, 임원의 인적사항 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단의 정보가 공개돼있지 않고 SNS 및 온라인 매체 위주로 활동하는 경우 투자자들이 발행 주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