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21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 관련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입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가상자산 현상을 규제할 것인가, 산업으로 진흥할 것인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입법됐습니다. 사업자 감독과 이용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보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21일 화우와 조선비즈가 공동 주최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 관련 시장 전망’에 관한 세미나’에서 첫 번째 연사로 나서, 법안 입법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이나 의무, 불공정거래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며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6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통과시켰다. 내년 7월부터 가상자산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등 이용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과 증권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며 “자본시장법과 동일 규율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목적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안 통과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책임과 의무가 더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8조는 “사업자는 해킹·전산장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가 나면 수백억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를 상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가 위험을 감수하며 보험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때문에 보험 가입 대신 준비금 적립으로 당분간 실무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비금 적립 기준은 금융위원회가 고시로 결정할 예정이다. 준비금 기준이 높아지면 대형 가상거래소 이외에는 준비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조항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10조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사항을 거짓 기재하거나 필요한 중요사항 기재나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은 증권신고서나 사업보고서처럼 공식 문서가 없기 때문에 백서 내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백서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자세히 기재할 것이냐, 증권신고서에 준해서 기재할 것인지 논의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당면할 큰 과제 중 하나로 ‘이상 거래의 감시’를 꼽았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이상 거래 감시 의무가 부과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설정될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상 거래에 대한 범위가 넓어지면 거래 제한이 많아지는 만큼 범위를 축소 운영할 필요는 있다”면서 “다만 이상 거래에 거래소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받으므로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