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전경./명지대 제공

회생 계획안을 인가 받은 명지학원이 재정적 위기의 원인이 된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을 매각키로 했다. 이를 통해 채권의 42%를 변제하겠다는 계획이다. 명지학원은 엘펜하임 매각으로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법조계와 채권자 일부는 실버타운이 시기적절하게 매각되지 못하면 회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지난 14일 명지학원 회생채권 등의 특별조사기일과 회생계획안의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했다. 두 번째 회생 절차에서 다섯 차례 연기한 끝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고, 마침내 본격적인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명지학원 법인은 엘펜하임을 분양하면서 재정적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2004년 명지대 자연캠퍼스 부지 내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복지동 등을 포함한 실버타운을 조성하고 366세대를 분양했다. 당시 실버타운에 9홀 골프장을 만들어 입주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광고했지만, 용인시가 불허 결정을 내리며 실패로 돌아갔다.

골프장 건설이 실패한 후 채권자 A(80대)씨 등 33명은 2009년 분양대금을 돌려 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서울고등법원은 명지학원이 A씨 등에게 각각 분양대금 4억3000만원(총 19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법인은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A씨 등은 채권자 자격으로 명지학원의 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20년 엘펜하임 분양 보증인이었던 SGI서울보증이 “폐교를 원치 않는다”며 회생을 신청함에 따라, 명지학원은 파산 위기를 모면하고 한숨을 돌리게 됐다. 법원은 SGI서울보증의 신청 이후 3년이 지나서야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번에 인가된 회생계획안에는 엘펜하임 매각과 유휴용지 개발로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5년 안에 회생채권(회생절차 개시 전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 42%, 조세채권(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조세를 징수하는 권리) 100%를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규모는 총 2355억원에 달한다. 명지학원은 학원 소유 엘펜하임 282세대와 유휴용지를 대상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한 후 매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사립대 법인이 교육에 활용하지 않는 유휴부지나 건물을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는 내용으로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이 개정되면서 명지학원이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는 규정에 따라 대체재산 확보 없이 재산 처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를 개정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명지학원 역시 엘펜하임 등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채권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는 분위기다. 명지학원의 최대 채권자인 SGI서울보증은 이날 “명지대학교 등 명지학원 소속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한 반면, 엘펜하임을 분양 받았던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지 않은 나이에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채권자는 “엘펜하임에 들어간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데 5년 후에 살아 있다는 보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죽은 뒤에 돈 받으면 뭐하겠느냐. 5년 후에 42%를 주는 건 말이 안 되고 분양받은 사람을 먼저 해결해 줘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데 5년 이내에 매각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 채권자 94명은 분양이나 임대분양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부동산 불경기에 매수자가 나타나겠느냐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명지학원 관계자는 “그간 채권을 지급하기 위해 최선의 회생계획안을 작성했지만, 학교법인이 임의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고 교육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빨리 매각되면 채무를 조기 변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