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다. /뉴스1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하며 특근을 거부한 노동조합원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10년만에 나왔다.

헌재는 26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A씨 등이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일부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는 6명이라는 점에서 합헌 결정에 이르게 됐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1항에는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청구인들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으로부터 협력업체 직원 일부를 정리해고 한다는 통보를 받고, 지회 소속 조합원들로 하여금 2010년 3월 13일 8시경부터 이튿날인 14일 8시까지 통상적으로 실시해 온 휴일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도록 해 위력으로써 하도급을 받은 A기업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청구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1년 7월 6일 청구인 3명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등을 선고했다.

청구인들은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다만 항소심 법원은 청구인들의 일부 양형부당을 받아들여 청구인 3명에게 각 벌금 500만원 등을 선고했다. 이후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대법은 청구인들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파업 등이 전격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중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게 전합의 판단이었는데 이를 충실히 반영해 판단했다.

헌재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대해서 “청구인들은 대법원이 심판대상조항을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한 확장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하지만 어떠한 범죄의 구성요건이 침해범인지 위험법인지의 문제는 일반법규 해석과 적용의 문제이지 헌재 심판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는 “심판대상 조항이 대부분 노동조합법상 처벌조항보다 형이 더 중하다 해도 이는 보호법익이나 죄질이 다르고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르다”고 판시했다.

다만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에 대해선 재판관 의견이 갈렸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거래 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단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 노무제공의무를 형벌 위협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