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자가 숨죽여 지켜본 스페이스X의 증시 데뷔전은 예상보다 훨씬 길고 뜨거웠다. 사상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 한 스페이스X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12일, 매수 주문이 폭주하면서 첫 거래는 증시 개장 후 수 시간 지연됐고, 국내 투자자들 역시 밤을 지새우며 거래를 지켜봤다.
스페이스X의 공모가는 1주당 135달러(약 20만5000원)였지만, 상장 당일 첫 거래는 150달러(시초가)에서 시작했다. 장 초반엔 160달러를 넘어 우주 산업의 새 시대를 알렸다.
스페이스X가 마침내 상장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주가 향방을 넘어 '내 포트폴리오에 스페이스X를 어떻게 담을까'에 집중되고 있다. 많은 서학개미가 밤사이 직접 주식 매매에 나섰지만, 스페이스X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해 분산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다.
특히 전문가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IPO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있고, 기업이 증시에 입성한 이후엔 주가가 한동안 떨어지는 사례가 많아 ETF를 통한 간접·분산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 서학개미, 스페이스X 첫 거래 밤샘 대기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첫날, 스페이스X 주식 거래는 미국 증시가 출발한 우리 시각 밤 9시를 한참 넘긴 오전 12시 45분쯤에야 시작됐다. 그만큼 적정 가격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상장 첫 날 주가가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해 매수·매도 가격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뒤 거래가 시작된다. 시초가 형성이 어려운 경우 정규장 시작 이후 한참 거래가 미뤄지기도 한다. 앞서 페이스북(지금 메타)·스노우플레이크·Arm 등도 미국 시각으로 정오 이후 첫 거래가 이뤄졌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외신이 알람을 잘못 송출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증시 개장 두시간여 후에 스페이스X 주식이 172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는 알람을 냈다. 하지만 곧바로 해당 알람을 철회하면서 "스페이스X 주식은 아직 거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스페이스X 거래가 시작된 직후 주가는 20% 넘게 뛰어 165달러를 넘었다.
◇ "보수적이라면 2분기 실적 확인하고 매수"
전문가들은 상장 초기 스페이스X의 주가가 큰 폭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 기준 주가매출비율(P/S)은 95배 수준이다.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 P/S가 높을수록 주가에 미래 성장 기대가 지나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기현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현재 시총 상당 부분이 차세대 발사체 '스타쉽', 화성 탐사, 궤도 데이터센터 등 아직 실적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스페이스X는 적자 상태로 상장하는 최초의 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상장 이후 1년 동안 막대한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락업)가 해제된다. 상장 당일 스페이스X의 유통 주식 비율은 4.2~4.9% 수준이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직원·일반 투자자를 시작으로, 임원과 핵심 투자자(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일론 머스크(상장 1년 후)의 지분에 대한 락업이 순차적으로 해제된다. 락업 해제로 유통 주식 비율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주요 지수 편입이 이어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장 초기 투자에 나설 경우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기현 연구원은 "상장 초기 수거래일은 적정 가치 산정을 위한 기준가 형성 구간으로 구조적 고변동성이 불가피하다"며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최초 보호예수 해제 충격이 반영되고 실적 확인이 가능한 2분기 실적 발표 전후의 가격 발견 과정을 확인한 후 진입하는 것이 위험 대비 보상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포모는 싫고 변동성은 부담…ETF로 담는 스페이스X
그렇다고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증시에 등장해 글로벌 자금을 대거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 투자를 마냥 미룰순 없다. 주가가 급등할 때 겪어야 할 '포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투자자를 위해 추천하는 것이 ETF를 통한 간접·분산 투자 전략이다.
우선 이제 막 미국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에 투자하는 ETF에 투자하면 스페이스X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 'First Trust U.S. Equity Opportunities' ETF(FPX)와 'Renaissance IPO' ETF(IPO)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상장된 우주 테마 ETF 역시 순차적으로 스페이스X를 편입할 전망이다. 미국에 상장된 ETF는 ARK Space & Defense Innovation ETF(ARKX), Procure Space ETF(UFO), Tema Space Innovators ETF(NASA) 등이 있다.
2019년부터 운용된 UFO ETF의 경우 기초지수 규정 개정에 따라 스페이스X는 다음주 조기 편입될 예정이다. NASA ETF는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스페이스X 지분 약 6.4%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 다음 영업일인 15일부턴 미국 시장에 스페이스X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상장된다.
국내 운용사들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 편입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만큼 각 운용사는 조속하게 스페이스X를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 4월 상장한 TIGER미국우주테크 ETF는 방산 기업을 제외한 순수 우주 기업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수시 리밸런싱을 통해 다음주 스페이스X를 편입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우주항공 ETF 역시 우량 우주기업이 상장하면 최대 25%까지 특별 편입할 수 있다. 하나자산운용의 1Q미국우주항공테크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 ETF 역시 스페이스X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