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8% 넘게 폭락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의 수급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외국인이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는 동안 개인은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절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에서 외인 자금이 앞으로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76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은 356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하는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8% 넘게 폭락해 7400선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수급 흐름을 보면 외국인의 '셀 코리아' 추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약 69조41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은 57조899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 매도 폭탄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3조3871억원, SK하이닉스를 2조7504억원어치 집중 순매도했다. 사실상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의 대부분이 두 종목에 쏠린 셈이다.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전반의 수급 부담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 매도를 단순한 국내 증시 이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피가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차익실현과 비중 조절 차원의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지분율은 현재 39%를 넘어서며 오히려 상승했다"며 "최근 외국인 순매도는 주도주 급등에 따른 리밸런싱(비율 조정) 차원의 매물 출회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올해 100조원 이상 순매도했음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상승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이 코스피 평균보다 높은 만큼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 확대가 지분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6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만큼 환율 안정 여부가 향후 외국인 자금 복귀 시점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동안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은 것은 가계 자금이었다. 특히 ETF를 통한 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가 증가하면서 가계 자금이 증시를 떠받쳤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 투자자"라며 "ETF를 통한 국내 주식 투자 증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여유 자금뿐 아니라 레버리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273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8384억원에 달한다.